"모델 여친 총으로 쏴" 살인자 된 육상 스타…재판 내내 울며 발뺌[뉴스속오늘]

이은 기자
2025.08.19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3년 8월 19일(현지시간) 절단 장애인 육상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 올라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사진은 이날 남아공 프레토리아 법원에 출두한 피스토리우스의 모습이다. /AFPBBNews=뉴스1

2013년 8월 19일(이하 현지시간). 절단 장애인 육상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 올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장애인 최초 올림픽 출전…남아공 육상 스타의 추락
2013년 8월 18일. 절단 장애인 육상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 올라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양쪽 종아리뼈가 없는 상태로 태어난 피스토리우스는 생후 11개월 때 양쪽 다리 무릎 아래를 절단했으나, 어린 나이에 달리기 재능을 발견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자 육상 국가대표 선수로 뛰게 됐다.

양 다리에 날(블레이드) 모양 의족을 착용한 채 질주해 '블레이드 러너'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던 피스토리우스는 2004 아테네 패럴림픽 T44(절단 및 기타 장애) 200m 금메달,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T44 육상 100m·200m·400m 3관왕에 오르며 남아공 육상 스타가 됐다.

장애인 선수 최초로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획득하는 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절단 장애인 육상선수 최초로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육상 400m에 출전해 비장애인 선수들과 겨루는 모습으로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해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육상 400m 계주 금메달, T44 남자 육상 200m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인간 승리의 표상'으로 추앙받는 등 화려했던 피스토리우스의 커리어는 2013년 밸런타인데이에 발생한 여자친구 총기 살인 사건으로 무너졌다.

2013년 2월 14일 오전 4시쯤, 피스토리우스는 당시 교제 3개월 차 여자친구였던 모델 리바 스틴캠프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당시 피스토리우스는 9㎜ 권총으로 욕실 문 뒤를 4번 쐈고, 문 뒤에 있던 스틴캠프는 그 중 세 발을 머리, 가슴, 팔에 맞아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피스토리우스가 사용한 탄환은 충격 시 꽃잎 모양으로 벌어져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는 '할로우 포인트' 탄환이라 스틴캠프는 치명상을 입었다.

"정당방위" vs "살해 의도 있었다" 양측 공방
2013년 2월 14일 새벽 당시 여자친구였던 모델 리바 스틴캠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 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2014년 4월 7일 프리토리아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했다./AFPBBNews=뉴스1

피스토리우스는 4번의 총격을 가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욕실에 있던 스틴캠프를 침입자로 오인했기 때문에 쏜 것이라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피스토리우스가 스틴캠프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며 맞섰다.

피스토리우스는 한밤중 욕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 침입했다고 생각해 침대 밑에서 총을 꺼내 욕실로 갔고, 안에서 소리가 나자 총을 쐈다고 했다. 그는 총을 쏘며 침실에 있을 거라 생각한 스틴캠프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스토리우스가 스틴캠프와 말다툼을 한 끝에 총격을 가한 것이라며, 총격 1시간 전인 오전 3시쯤 피스토리우스의 집에서 고함과 비명이 들린 후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한 이웃의 증언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피스토리우스 측은 검찰 측이 주장한 총격 시점에 이의를 제기하며, 이웃이 들은 소리는 피스토리우스가 욕실 문을 부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한 비명이었다고 반박했다.

피스토리우스가 침실에 돌아왔을 때 스틴캠프가 없자 욕실 안에 있던 게 스틴캠프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크리켓 배트로 욕실 문 부수고 들어갔고, 그 안에서 피투성이가 된 스틴캠프를 발견하고 비명을 지른 것이라고 했다. 또한 스틴캠프가 당시 이미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에 비명을 지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선수였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2012년 11월 4일 요하네스버그 멜로즈 아치에서 열린 페더 어워드(Feather Awards)에 당시 여자친구였던 모델 리바 스틴캠프와 함께 참석한 모습이다. 피스토리우스는 2013년 2월 14일 새벽 스틴캠프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2017년 11월 살인 혐의로 징역 13년 5개월 형이 최종 확정됐다. 약 7년 6개월 수감 생활을 마친 피스토리우스는 지난해 가석방됐다. /AFPBBNews=뉴스1

또한 검찰 측은 당시 스틴캠프가 피스토리우스를 떠날 계획이었다고 주장했으나, 피스토리우스 측은 밸런타인데이를 하루 앞두고 스틴캠프가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기 좋은 날인 것 같아"(I think today is a good day to tell you that I love you.)라는 내용의 카드를 미리 작성해뒀다며 이를 반박했다. 또한 피스토리우스는 스틴캠프를 위해 팔찌를 구입해뒀고, 밸런타인데이에 이를 찾을 예정이었다고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재판 내내 흐느껴 울고 울부짖거나 구토하는 등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재판이 잠시 연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피스토리우스가 법정에서 자신의 진술이 통하지 않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비난했다.

재판에서는 스틴캠프를 살해한 혐의 외에도 총기 관련 혐의로 두 건 더 기소된 피스토리우스의 총기 사랑도 거론됐다.

피스토리우스는 사건 1년 전인 2012년엔 과속이 적발되자 자동차 선루프를 열고 무모하게 총을 쐈고, 사건 몇 주 전엔 한 식당에서 다른 사람의 권총을 쐈다. 사건 몇 달 전엔 집에서 들린 세탁기 소리를 오인해 총을 꺼내 들기도 했다.

항소 끝 '살인 혐의' 인정…2024년 가석방

2014년 10월 피스토리우스는 살인 혐의가 아닌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수감됐다가 2015년 가석방됐으나, 검찰 측 항소 끝에 2017년 11월 살인 혐의로 징역 13년 5개월 형이 최종 확정됐다. 당시 원심을 깨고 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한 남아공 대법원은 피스토리우스가 욕실 문을 향해 총을 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누군가 살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피스토리우스는 2016년 7월 두 번째 수감생활을 시작한 지 약 7년 6개월 만인 2024년 1월 5일 가석방 됐다.

남아공에서는 형기의 절반을 복역하면 자동으로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남아공 교정부는 2023년 11월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를 열어 피스토리우스의 가석방을 조건부로 이날부터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피스토리우스는 2029년 12월 남은 형기가 만료될 때까지 당국의 허가 없이는 거주지인 프레토리아 워터클루프 지역을 떠날 수 없다. 또한 분노 조절 장애 치료 프로그램과 사회봉사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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