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1일(이하 현지시간). 살인 13건, 강간 13건 등 모든 범행을 인정한 미국 전직 경찰관 조셉 제임스 디앤젤로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를 두려움에 떨게 한 연쇄살인마 '골든 스테이트 킬러'가 법의 심판을 받는 순간이었다.
디앤젤로의 범행은 1974년부터 1986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이뤄졌다. 절도 및 강도 120여 건과 더불어 최소 13명을 살해하고 50명 이상을 강간했을 것이라 추정됐다.
디앤젤로는 경찰과 범죄자로 이중생활을 한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1973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경찰관으로 일한 그는 살인, 강간 등 중범죄를 반복해 저질렀다.
디앤젤로는 1974년부터 1년여 동안 캘리포니아 북부 센트럴밸리에서 절도 및 강도 120건과 살인 1건을 저질렀다.
1975년 9월 디앤젤로는 앞서 이미 여러 차례 침입했던 세콰이어대 클라우드 스넬링 교수 집에 다시 침입해 그의 딸을 납치하려다 발각됐고, 스넬링 교수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이후 납치하려던 그의 딸은 폭행 후 길에 버려두고 도망쳤다.
이후 1976년부터 근무지가 달라진 디앤젤로는 새크라멘토에서 1979년까지 약 4년간 최소 51건의 강간과 살인 2건을 저질렀다.
디앤젤로는 가정집에 침입해 여성을 묶고 강간한 후 둔기로 살해하는 엽기적인 범행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주로 젊은 독신 여성 또는 의사, 변호사, 군인 가족 등이 거주하는 부유층 주택이 타깃이 됐다.
디앤젤로는 범행 초기엔 여성 피해자들을 스토킹해 혼자 집에 있는 시간대를 알아낸 뒤 범행을 저질렀으나, 이후엔 한밤중 아무 가정집에 침입하는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침입한 집에 남녀가 함께 있을 땐 여성을 총기로 위협해 남성을 묶도록 했고, 이후 여성을 다른 방에서 성강간했다. 때로는 중간중간 음식을 먹으며 몇 시간 동안 여러 차례 강간하기도 했다.
연쇄적으로 강간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했고 시민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대응에 나섰다. 이에 디앤젤로는 범행을 중단하는 듯했으나 약 두 달 만에 한집에 사는 10대 자매 2명을 모두 강간하며 범행을 이어갔다.
1979년 7월 절도 행각이 발각돼 경찰직에서 파면된 디앤젤로는 이후 캘리포니아 남부로 이주해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는데, 그의 범행은 이전보다 더 잔혹해졌다. 1980년 8월에는 한 여성을 강간한 후 둔기로 심하게 폭행해 숨지게 했는데, 피해자의 얼굴과 두개골이 산산조각 났을 정도였다.
1981년 딸을 품에 안은 디앤젤로는 이후 5년간 범행을 저지르지 않다가 1986년 5월 집에 홀로 집에 있던 18세 소녀를 강간한 후 살해했다. 당시 시신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타당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는 디앤젤로의 마지막 범행이었다.
디앤젤로는 연쇄 강간·살인 사건을 벌이고도 40여년간 잡히지 않았다. 얼굴 전체가 가려지는 바라클라바를 쓰고 어두운 옷에 장갑까지 낀 상태로 범행을 저질러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본 피해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1976년 10월 디앤젤로가 피해자를 강간한 후 정액을 남겼지만, 당시 기술로는 범인의 혈액형만 알아낼 수 있어 수사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디앤젤로는 여러 차례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내가 이스트 사이드 강간범이다" "넌 절대 날 잡을 수 없을 거야" 등의 남겼고, 범행을 예고한 뒤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도 했으나 잡히지 않았다.
디앤젤로는 범행 40여년 만에 DNA 추적을 통해 검거됐다. 미궁에 빠졌던 수사의 실마리가 된 것은 범죄 현장 증거물에서 확보한 유전자(DNA)였다.
디앤젤로의 먼 친척이 DNA 샘플을 분석해 자기 집안의 족보와 혈통을 알려주는 업체에 의뢰한 것이 발단이 됐다.
2016년 FBI(미연방수사국)가 사건을 재수사하던 중 범인의 DNA가 한 DNA 검사 서비스 업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이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수사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범인의 유전자 족보를 만든 뒤 나이, 성별, 거주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수색 범위를 좁혔고, 친척 60여 명의 DNA를 범인의 것과 대조한 끝에 디앤젤로를 특정했다.
디앤젤로는 2018년 4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인근 벤투라 카운티에서 체포됐다.
디앤젤로는 검찰 조사에서 "'제리'라는 내면의 인격이 악마적인 범죄 행각을 부추겼다"며 "나는 제리를 밀어낼 힘이 없었다. 제리가 이런 나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6월 사형을 면하기 위해 13건의 살인·강간 등 자신의 모든 범죄를 시인했고, 그해 8월 21일 종신형 선고를 받았다. 형량 거래로 받을 수 있는 최대형이었다.
당시 마이클 보먼 판사는 "법에 따라 부과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을 선고한다"며 "괴물 같은 행동을 한 사람은 무고한 이들을 결코 해칠 수 없는 곳에 갇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디앤젤로는 종신형 선고에 앞서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와 그 가족을 향해 "여러분의 모든 법정 진술을 들었다"며 "상처를 준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디앤젤로는 2020년 11월 캘리포니아주 델라노의 노스 컨 주립 교도소에서 복역을 시작했으며, 2021년 1월 캘리포니아주 코코란의 주립 교도소의 보호 구금 시설로 이감돼 복역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