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서 기술교육" 트럼프 돌발 요청에…하루 늦게 '집으로'

김희정 기자, 김인한 기자, 조성준 기자
2025.09.12 04:20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가 10일(현지 시간)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있다. 정부에 따르면 11일 정오 한국인 316명 등 총 330명이 전세기에 탑승해 귀국할 예정이다. /애틀랜타=AP/뉴시스

한국인 근로자 317명이 체포·구금된 초유의 사태가 1주일 만에 316명의 '자진 출국'(1명은 체류 선택)으로 마무리됐으나 후유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한미 동맹의 선봉에 선 우리 기술자들의 손에 달러 대신 족쇄가 채워진 영상이 공개됐고 귀환도 미국 측 사정으로 하루 지연됐다. 현지 법조계에선 300여명 중 대다수가 합법적으로 일했고 구금되어선 안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11일 한국 외교부와 로이터·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이민 단속으로 체포·구금된 우리 근로자들이 예상보다 하루 늦게 석방돼 귀국하게 된 데는 자진출국 처리를 위한 행정 절차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더 머무시라"는 요청이 영향을 미쳤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이 숙련공이라는 것을 인지한 뒤 이들을 한국으로 보내지 않고 계속 일하면서 미국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 아니면 귀국하는 방안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알기 위해 귀국 절차를 일단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불법 이민 단속 여파로 우리 근로자들이 강제 구금됐지만, 막상 구금 근로자들이 미국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숙련공이라는 점을 인지하자 잔류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수백명이 구금된 초유의 사태에, 상세한 설명도 없이 당초보다 귀환이 지연돼 온갖 추측이 난무했던 한국 입장에선 적잖이 당황스런 사유다. 우리 정부는 해당 근로자들이 받은 정신적인 충격과 한국 가족들의 우려를 고려해 즉시 귀환 의지를 전했다.

미국이 우리 외교부의 요청을 검토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 외교부는 근로자 석방 시 수갑이 없어야 하고, 추후 이들이 미국을 재방문할 때도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 요청했고 미국은 이를 검토해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한국인 구금 사태에서 한미 양국 간 이견을 보였던 출국 형태도 일단락됐다.

한미 양국은 추후 불미스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신규 비자를 만드는 데 합의하고 실무자그룹을 꾸리기로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0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난 후 "근로자들이 미국에 재입국해 일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미국 측의 확약을 받았다"며 "장기적으로 우리 투자에 맞춰서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들고 우리 기업 인력이 미국에서 작업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양국 간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법조계에서는 체포·구금된 한국인들 대다수가 합법적으로 일했고 애초에 구금돼선 안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구금된 한국인 10여명을 대리하는 찰스 쿡 미국 변호사는 "대다수" 한국인 노동자들이 'B-1' 사업 방문 비자 프로그램에 따라 허가된 업무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국무부 지침에 따르면 B-1 비자를 소지한 방문자는 건설 작업을 직접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장비나 기계를 설치 또는 수리하거나 미국인 근로자에게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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