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측 싱크탱크 전문가들과 저녁을 같이한 적이 있다.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제가 인공지능(AI)으로 흘렀다. 그때 중국의 한 전문가가 가끔 AI 앱을 이용해, 영어 회화 연습을 한다며 스마트폰을 꺼내 보였다. 그는 60대 남성이었다.
그가 "How are you doing?"(어떻게 지내?)라고 말하자, 서양인 여자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그때 필자와 같이 갔던 일행이 AI의 대화 기능이 얼마나 좋은 지 궁금하다고 한국어로 말했는데, 앱 속의 캐릭터는 한국어까지 알아듣고 영어로 대답했다.
그 앱은 더우바오(Doubao)였다. 미국 MZ세대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사업권 매각을 요구하고 있는 틱톡의 모회사가 만들었다니, 그 기술력이 상상이 갔다.
중국은 딥시크 같은 AI 스타트업뿐 아니라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대형 인터넷 기업이 AI 앱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중국 AI시장조사업체 AI CPB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개발한 AI 어시스턴트 콰크의 8월 월간 사용자 수(MAU)가 1억5445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바이두 넷디스크가 1억5355만명으로 2위를 기록했지만,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에 AI 기능을 추가해 진정한 AI 앱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 다음이 앞서 언급한 더우바오로 MAU 1억4093만명으로 딥시크(7488만명)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5위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출시한 위안바오로 MAU가 5651만명에 달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가 AI 앱에서도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알리바바의 콰크가 무섭게 부상했지만,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가 대중적으로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퀘스트모바일에 따르면, 더우바오의 8월 MAU는 전월대비 6.6% 증가한 1억5742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더우바오는 AI 챗봇, 텍스트 생성, 영어 학습 보조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오픈AI의 챗GPT와 바이두의 원신이옌(文心一言)에 대응하는 AI 제품이라 할 수 있다. 7월 기준 주간 사용자 수가 7억명을 돌파한 챗GPT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 세계에서 1억명 이상의 MAU를 가진 AI 앱은 중국의 더우바오와 콰크밖에 없다.
필자 역시 더우바오로 영어회화 연습을 해봤다. "How are you doing?"이라고 하니, 미소를 머금은 찰리가 영국 액센트로 대답했다. 텍스트 표시 기능을 키면 화면에 텍스트도 표시된다. 런던에 와본 적이 있냐고 묻길래, 2006년 런던에 있는 캠든마켓에 가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찰리는 당시 10대인 자신도 캠든마켓에 자주 갔다며 빈티지 가게도 들르고 사람들 구경도 했다고 말한다. 2006년 당시 10대였다고 하기엔 너무 젊어 보이지만, 능숙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퀘스트모바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중국의 스마트폰 AI 앱 사용자 수는 6억4500만명이다. 챗GPT의 전 세계 사용자 7억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인터넷 기업들이 다양한 AI 앱을 출시하면서 앞서 언급한 중국 전문가처럼 성별·나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중국인들이 AI 앱을 사용하고 있다.
요즘 중국에서는 AI 관련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9월 24일 AICPB에 게재된 일일 AI 뉴스를 살펴보자.
1.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Qwen3-Omni: 멀티모달 처리 및 다중 입력 지원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 응답과 출력 제공
2. 콰이셔우가 이미지 생성 AI '클링 2.5' 터보 모델 발표, 성능 향상 및 비용 30% 절감
3. 문샷AI의 Kimi가 에이전트 멤버십 서비스 출시. 첫 구독시 기존 포인트를 멤버십 기간 연장에 사용가능
4. 딩딩이 AI 스프레드시트 어시스턴트 기능 출시, 최신 버전 AI 스프레드시트에서 사용가능
5. 샤오홍슈, 업무용 앱 'hi' 업그레이드, AI 어시스턴트 'hibo' 추가해 협업 효율 제고
6. 메이투, 9월 하순 AI 어시스턴트 출시로 에이전트 기능 제공. 2025년 상반기 AI 침투율 목표 90%
대부분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이 아니라 실제 AI 서비스에 관련된 내용으로 중국 AI 앱 보급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도 AI 보급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말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3월 처음 제시된 'AI 플러스(+)'의 심화 실시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며 'AI 플러스' 이니셔티브를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무원은 △과학 기술 △산업 발전 △소비 증대 △민생 복지 △거버넌스 △글로벌 협력 등 6대 영역에서 AI 융합을 선도적으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간표도 내놨다. 우선, AI 기반 차세대 스마트 단말기와 에이전트 보급률을 2027년까지 70%로 확대하고 2030년 90%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2035년에는 스마트 경제·사회 발전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한편, 중국의 AI 발전은 중국 정부의 챗GPT 접속 금지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 정부는 챗GPT가 신장 위구르 지역의 종족 말살, 대만과 천안문 사태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검열받지 않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2023년 챗GPT 접속을 차단했다.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도 2024년 7월부터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에서 챗GPT 접근을 차단하는 기존 정책을 강화하며 사실상 중국 사용자의 접속을 막았다.
결국 중국 AI앱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딥시크 등 중국 로컬 기업이 선도하게 됐다. 중국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가 빠르게 발전할 때도 검열 불가를 이유로 중국 접속을 차단했고 이후 웨이보, 위챗 등 중국 로컬기업이 중국 시장을 장악한 바 있다. AI 앱 발전도 유사한 경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