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동안 하루도 못 쉬었다" 결국 숨진 38세 가장…일본의 비극

김희정 기자
2025.11.04 17:05

대체자 없이 일하던 매니저 극단적 선택…
고령화+임금상승에 일손 부족, 매출 정체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편의점 신문가판대. /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일본 남부 오이타현의 한 세븐일레븐 매장 매니저인 아키코의 남편은 16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가맹점주에게 수차례 일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대체할 사람을 찾지 못했다. 38세의 남편은 결국 극심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 지역 노동기준감독청은 실제로 수개월 간 휴일이 하루도 없었음을 확인하고 사인이 과로와 연계돼있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편의점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이 고령화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산업 모델은 물론 점주들이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구인난에 인건비도 오르며 휴일 없이 일하지만 매출 정체로 24시간 영업 모델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령화 및 노동력의 부족으로 허덕이는 일본의 편의점 프랜차이즈 사업의 어두운 면을 조명했다.

편의점 노조의 레이지 카마쿠라는 편의점 본사가 마진을 줄이지 않는 한 점주들이 직원을 채용하기 어렵다다고 지적했다. 세븐일레븐은 2019년 점주들의 반발 이후 편의점 매장 세 곳의 운영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했다. 하지만 점주들은 여전히 매장을 항시 운영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본사가 각 가맹점 매출총이익의 40~70%를 가져간다.

한 편의점 매장에 일본 아사히 맥주가 진열돼있다./사진=뉴시스

나가이 토모미 도레이 기업-산업리서치의 수석 연구원은 높아진 인건비가 수입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가맹점주들을 쥐어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 부족은 극도로 심화됐는데 소비까지 계속 위축돼 편의점 산업이 하향 전환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일본 편의점 3인방은 셀프 서비스 계산대와 인공지능 보조 주문 시스템, 청소 로봇 등 가맹점 업무를 줄이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 편의점 업계에선 특히 세븐일레븐의 매출 정체가 심각하다. 세븐일레븐 모회사인 세븐앤아이 홀딩스는 최근 회계연도 월매출 성장률이 0.8%에 그쳤다. 경쟁사인 로손과 패밀리마트의 4%대와 대조된다. 세븐일레븐 매장 1만3000개 중 90% 이상의 가맹점주가 최저임금 인상을 걱정했다. 일본은 올해 전국 평균 최저임금이 1121엔(약 1만500원)으로 6% 뛰었다. 약국 및 유통업체 이온(Aeon)의 슈퍼마켓체인 '마이 바스켓'과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세븐일레븐 센트럴 혼슈점의 매니저는 "가장 큰 문제는 직원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내년 10월 사회보장제가 개편돼 '106만엔의 벽'이 사라지면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연소득 106만엔(약 980만원) 초과시 사회보험료를 부과, 일부 근로자들이 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왔으나 내년 개정안에 따라 소득기준이 폐지되면 단시간 근로자도 건강보험·후생연금 등 사회보험 가입 대상이 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소득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고 편의점 업무를 기피할 수 있다.

앞선 사례의 사망한 편의점 매니저의 아내는 "내 남편처럼 대체할 인력이 없어서 쉼없이 일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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