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에 회의적 시선을 던지면서 위법 결정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법적 권한을 동원해 새로운 관세를 꺼내들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조치가 적법했는지에 관한 첫 구두변론을 진행했다. IEEPA 관련 관세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을 대상으로 한 펜타닐 관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의 기소에 반발해 브라질에 부과한 40% 관세,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부과한 25% 관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관세 반대 TV 광고에 반발해 부과한 10% 관세 등이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이날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조치에 강도 높은 의문을 제기했다고 평가하며 하급심과 마찬가지로 위법 판결을 내릴 공산이 크다고 봤다. 최종 판결이 나올 시기는 이르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되리란 전망이다.
미국 컨설팅회사 BDO USA의 데이먼 파이크 관세·무역 서비스 전문가는 로이터를 통해 "이날 나온 질문을 보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는 위태로워 보인다"면서 "두 명을 제외한 모든 대법관이 IEEPA가 대통령에게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무제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한다고 보지 않는 듯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역시 이날 구두변론에서 대법관들로부터 회의적인 질문이 쏟아졌다면서, 대법원이 개입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IEEPA 관련 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하더라도 그 이후 관세 환급을 둘러싸고 상당한 혼란이 따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송을 제기한 5개 중소기업을 대리하는 닐 카티알 변호사는 대법원이 위법으로 판결할 경우 5개 기업은 환급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행정 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라며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법원이 "미래의 관세 징수만 금지하는 형태로 판결 범위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관세 전문 변호사인 조셉 스프라라젠은 로이터에 "환급이 포함되지 않은 판결이 내려질 경우 이미 관세를 낸 기업들이 대거 새로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지금 불법이라면 상호관세가 발효됐을 때도 불법이라는 의미"라며 "대법원이 사건을 하급심(국제무역법원)으로 돌려 관세 철회와 환급 지침을 내리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다른 법적 권한을 동원해 새로운 관세를 들고나오면서 관세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내티시스의 크리스토퍼 호지 애널리스트는 "법원에서의 패배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의제를 꺾지 못할 것"이라면서 "무역확장법 제232조나 무역법 제122조 등 다른 법적 근거를 동원한다면 관세 부과 절차가 길어지면서 불확실성도 더 길어질 수 있다. 2026년 또다시 새로운 무역협상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을 맺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권한을 활용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이 휴전 협정 위반으로 간주해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