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2년만에 최대 어닝 서프라이즈…무색해진 버블론, AI 랠리 재개

권성희 기자
2025.11.20 13:26

[종합]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분기 실적과 향후 매출 전망을 발표하면서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AI(인공지능) 버블 우려를 가라앉혔다.

엔비디아의 지난 분기 매출액은 시장 예상을 20억달러 이상 웃돌며 2년만에 최대 어닝 서프라이즈를 안겼다.

기술주 강세론자인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지난 몇 주간 AI 버블 우려가 커지고 기술주가 압박을 받으면서는 월가의 긴장감이 고조됐는데 엔비디아의 견조한 실적과 가이던스로 시장과 기술주는 샴페인을 터뜨리는 순간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분기별 매출액 추이/그래픽=김지영

매출액, 시장 예상 상회폭 확대

엔비디아는 19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회계연도 3분기(지난 8~10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LSEG가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549억2000만달러를 웃도는 역대 최대 매출액이다.

지난 8~10월 매출액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폭은 약 21억달러로 2023년 5~7월 분기 이후 약 2년만에 최대다. 시장 예상치 상회 비율은 4%로 1년 전 5.8% 이후 최대다. 엔비디아의 매출액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는 폭은 최근 줄어왔지만 이번 실적은 이런 흐름을 뒤집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 받는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은 1.30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1.25달러를 상회했다. 전체 순이익은 319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93억1000만달러에 비해 65% 증가했다.

中 포함 안된 매출 전망도 기대 이상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4분기(올 11월~내년 1월) 매출액에 대해서는 637억~663억달러, 중앙값 650억달러를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이는 가이던스 하단조차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616억6000만달러를 넘어서는 것이다.

매출액 가이던스에는 중국 실적이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현재 블랙웰 칩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크레스는 이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기존 중국 수출용 AI 칩인 H20에 대해서는 중국 수출을 허가 받았지만 회계연도 3분기 매출액이 5000만달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회계연도 3분기 조정 매출액총이익률은 73.6%로 시장 예상치 73.9%를 밑돌았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4분기 총이익률은 74.5~75.5%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AI 버블? 우리 관점은 달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AI 버블에 대한 많은 얘기가 있는데 우리의 관점에서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산업들이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을 발견하면서 AI를 둘러싼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며 "우리는 AI 선순환 사이클에 들어섰다. AI는 모든 곳에 있으며 모든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GPU 매진"

지난 8~10월 분기에 AI 칩을 판매하는 데이터센터 사업부의 매출액은 51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났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490억9000만달러를 상회하는 것이다.

이 중 430억달러를 GPU(그래픽 처리장치)인 컴퓨팅 부문에서 발생했다. 엔비디아는 컴퓨팅 부문의 성장세 상당 부분이 신형 칩인 GB300의 초기 판매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황은 실적 자료에서 "블랙웰 판매는 보통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으며 클라우드 GPU는 매진됐다"며 "(AI) 컴퓨팅 수요는 훈련과 추론에 걸쳐서 계속 가속화하며 복합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보도자료에서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군은 블랙웰 칩의 2세대 버전인 블랙웰 울트라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블랙웰 이전 모델인 호퍼 칩도 회계연도 3분기에 20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매출 전망치 앞으로 더 늘 것"

데이터센터 사업부 중 네트워킹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62% 급증한 8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크레스는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에서도 승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플랫폼스, 아마존, 알파벳은 지난달 말 실적 발표에서 일제히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본지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들 기업은 올해만 AI 자본지출이 38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황은 앞서 지난 10월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GPU 기술 컨퍼런스'(GTC)에서 올해와 내년에 현재 주력 AI 칩인 블랙웰과 차세대 AI 칩인 루빈 관련 매출만 5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낙관했다.이에 대해 크레스는 컨퍼런스 콜에서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AI 버블론 반박…"현금으로 투자"

황과 크레스는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AI 버블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AI 버블의 근거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AI 자본지출이 과다하며 최근 메타와 아마존이 채권을 발행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부채에 의존해 투자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황은 "우리 고객의 파이낸싱(자금 조달)은 그들에게 달렸다"고 선을 그은 뒤 엔비디아가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는 수천억달러의 AI 자본지출은 "완전히 현금흐름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순환거래? AI 파트너십 확장일 뿐"

AI 버블론의 2번째 근거는 엔비디아가 자사 AI 칩의 고객사에 투자하고 그 고객사가 다시 엔비디아의 AI 칩을 사는 이른바 순환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고객사에 제품 구매대금을 지급하는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으로 여겨지며 엔비디아가 돈으로 AI 칩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벤더 파이낸싱은 닷컴버블 때 성행했던 관행이다.

이에 대해 황은 "우리의 전체 고객군이 우리를 신뢰하는 이유는 우리가 정말 탄력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고 고객사들을 지지해 줄만한 대차대조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AI 생태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황은 AI 모델 개발사인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AI 생태계에 투자하는 것은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CUDA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며 "우리는 매우 성공할 기업, 종종 한 세대에 한번 등장할 만한 기업의 지분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기업이 CUDA를 이용하게 되면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계속 사용하게 된다.

"GPU 감가상각 기간 늘어났다"

셋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 등이 GPU 등 컴퓨팅 장비의 감가상각 기간을 3년에서 5~6년으로 늘려 인위적으로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인 마이클 버리가 제기했다.

이에 대해 크레스는 엔비디아의 CUDA가 GPU 소유자들이 가진 GPU의 사용 연한을 당초 추정치 이상으로 연장해주고 있다며 "CUDA GPU의 긴 사용 연한은 경쟁 AI 가속기와 비교할 때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엔비디아의 중요한 경쟁 우위"라고 말했다. 이어 "6년 전에 출하된 A100 GPU가 지금도 여전히 100% 활용되며 가동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비디아의 게이밍 사업부는 지난 8~10월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난 43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같은 기간 전문 시각화 사업부의 매출액은 7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이 사업부에는 엔비디아가 올초 발표한 AI 데스크톱 컴퓨터인 DGX 스파크가 포함돼 있다.

자동차 및 로보틱스 매출액은 5억9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났다.

엔비디아 올들어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엔비디아 호실적에 AI 수혜주 랠리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정규거래 때 2.6% 오른 186.52달러로 마감한데 이어 시간외거래에서는 5% 이상 추가 상승하며 195달러선을 넘어섰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알파벳,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도 시간외거래에서 1~2%씩 올랐다. 엔비디아 경쟁사인 AMD는 5% 이상, 맞춤형 AI 칩 제조회사인 브로드컴은 3% 이상 상승했다.

D램 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AI 서버 제조회사인 델 테크놀로지스는 4%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AI 데이터센터를 가동시키는데 필요한 전력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디렉시온의 상품 및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인 라이언 리는 "확실히 엔비디아는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이지 않았다"며 "엔비디아의 실적이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의 긍정적인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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