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2437곳, 특구 공화국 대한민국] 메가특구 성공의 조건은②(하)

해외에서도 산업을 육성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특구제도를 운영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특구를 위한 특구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성 있는 특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나라가 싱가포르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국가 면적의 한계로 인해 우리나라처럼 도시 전체를 특구로 지정하는 방식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직장(직), 주거(주), 여가(락) 등의 기능을 한 곳에 집중한 '콤팩트시티' 형태의 특구로 성과를 냈다.
싱가포르 원 노스(One North)가 직주락 도시의 대표 사례다. 2001년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로 시작된 원 노스는 현재 선도기업 400곳과 스타트업 800곳이 들어서고 5만명의 연구인력이 상주하는 혁신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투자받은 금액만 70억달러(10조3600억원)에 달한다.
원 노스는 바이오, 정보통신, 미디어 등 성장 산업 분야에 특화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시설과 함께 반독립형 주택, 아파트, 콘도미니엄 등 다양한 주거시설을 갖췄고 스포츠 시설, 공연장, 16만㎡ 규모의 공원 등 여가를 즐기기 위한 시설도 구축했다. 기업대학과 경영대학원, 청소년 학습센터 등 교육기관도 있다. 원 노스 주민들은 굳이 다른 곳에 가지 않아도 특구 안에서 대부분의 생활이 가능한 셈이다.
여러 혜택에도 불구하고 인재 유출이 지속되는 우리나라 특구와는 다른 모습이다. 특구의 성공 요건 중 하나가 뛰어난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라면 원 노스는 인재가 특구를 떠나지 않도록 기본적인 여건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미국의 특구 유형 중 하나인 기회특구(오퍼튜니티 존)는 투자자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특징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7년 도입했다. 기존 특구는 기업 유치가 목적이었다면 기회특구는 자본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구역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고 이 펀드에 자금을 댄 투자자에게는 세금을 깎아주는 식이다.
이 제도는 세금 부담으로 인해 자본수익을 실현하지 않는 자산가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주식 매도 등으로 인한 자본소득에 15~20%의 세금이 부과되는데 자본소득을 기회특구펀드에 투자하면 세금을 감면해 주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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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특구는 미국에서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혜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펀드에 5년 이상 투자하면 세금을 10~15% 감면해주고 10년 이상 투자시 전액 면제된다는 특징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회특구펀드는 2019년 운용이 시작된 이후 3년만에 뉴욕시 1년치 재정과 맞먹는 168조원의 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2017년 도입된 지역미래투자촉진구역은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크고 성장이 유망한 산업을 지역에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다. 각 지자체가 승인 권한을 갖고 있으며 세제혜택, 규제특례 외에도 저리융자, 연계지원 사업에 대한 국비지원, 중앙 예산사업 신청시 가점부여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해당 제도 시행 이후 일본에서는 2023년 기준 3633개의 지역경제견인사업계획이 승인됐다. 지자체당 평균 13.8개의 사업이 운용 중인 셈이다. 이 중 제조업 관련 사업계획 비중이 약 80%를 차지했다.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인 제조업에 대한 특례 적용으로 지역경제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메가특구의 성공을 위해선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전 특구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연구·개발(R&D)부터 생산,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규제를 풀어주는 등 획기적인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핵심은 규제"라며 "중앙부처 간 규제, 지방 규제가 있는데 하나의 생태계처럼 같이 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오토바이 배달통 광고 등 다양한 실증 특례가 있었지만 막상 사업화하려고 하면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규제만 푼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업화 단계까지 다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서비스·상품 출시 때 기존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해 테스트를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의 경우 당초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실현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실제 사업화 관련 규제는 풀리지 않으면서 기대했던 결과에 못 미쳤고, 메가특구도 과거처럼 일부 규제완화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최준석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메가특구는 규제 완화가 핵심"이라며 "연구개발, 실증 시제품, 제품 생산, 수출에 이르는 전 주기적인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규제들을 다 풀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규제자유특구가 실증 관련 규제만 풀어주면서 성공하지 못했던 점을 거론했다.
최 연구원은 "메가특구가 현실적으로 잘 작동하기 위해선 5극3특 성장엔진 육성과의 연계성도 중요하다"며 "광역권별로 성장엔진 산업을 지정하고 거기에 맞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와 연계해 특구를 지정·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순찰을 돌기 위해 현장이나 일반도로에 나오면 현행법상 불법이 될 수 있다"며 "메가특구에서는 이런 규제들도 모두 풀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규제와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입주가 어려웠던 유망산업도 산단을 포함한 메가특구에서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특구 입지도 중요한 요소다. 현재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위해 전기가 생산되는 곳 인근에 특구를 운영하는 분산에너지형 특구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 수급 만큼이나 인력 조달이나 산학 협력 등의 요인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 수급 차원에서는 산업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국내 IT산업 전체를 발전시킨다는 차원에서는 인력 조달, 산학 협력 등의 요인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