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푸틴 대통령 측근과 나눈 전화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다. 종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할양을 시사한 것도 문제지만,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원받을 수 없도록 어깃장을 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통하지 않는 트럼프식 특사 외교를 끝내야 할 때라는 비판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위트코프 특사가 지난 10월14일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정책 고문과 나눈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휴전안이 발효되고 나흘 지난 시점이다.
두 사람은 가자 지구 휴전 성립을 축하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이어 위트코프 특사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문제까지 해결된다면 모두가 좋아서 펄쩍 뛸 것"이라고 하자 우샤코프 고문이 "조언을 듣고 싶다.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를 하면 도움이 되겠느냐"고 묻는다.
위트코프 특사는 "우리 쪽에서는 언제든 준비됐다"며 "우리(미국)가 가자 지구처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안을) 그쪽(러시아)과 함께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우샤코프 고문과 자신이 협상안을 마련하면, 이 협상안을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방식을 취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 협상을 체결하려면 도네츠크나 다른 영토 교환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도네츠크 전체를 포기하는 방안을 거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화 한 달 후인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를 포기하고 군 규모를 60만 명으로 축소한다는 내용의 28개 항목 협상안을 공개하고 우크라이나에 27일까지 서명하라고 통보했다.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러시아와 마련한 협상안인데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요구하는 수준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WSJ는 "블룸버그가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28개 항목 협상안이 작성된 경위를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위트코프 특사가 크렘린궁과 함께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위트코프 특사가 지난달 17일 젤렌스키 대통령 백악관 방문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통화를 주선한 정황도 있었다. 위트코프 특사가 젤렌스키 대통령 방문 일정을 언급하며 "그 전에 우리 쪽과 그쪽 정상이 통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을 확약받는 것이었다. 전날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을 승인한다면 전쟁 확대와 함께 미국, 러시아 관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 말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 후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관해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공화당 하원의원은 엑스 게시글을 통해 "이런 곁가지식 일 처리와 비밀 회동을 중단시켜야 한다"며 위트코프 특사가 아닌 루비오 국무장관을 통한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이번 사건은 엄청난 실패다. 위트코프 특사는 해임돼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출된 녹취록과 위트코프 특사의 협상 방식에 대해 "평범한 일"이라며 "거래를 담당하는 사람은 원래 그런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8개 항목 협상안은 지난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 유럽, 우크라이나 3자 회담에서 19개 항목 평화안으로 대폭 수정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영토 양도와 우크라이나 군 감축 등 민감한 문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 결정에 맡기는 방향으로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