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재 참사, 최소 151명 사망…'싸구려 그물망' 교묘하게 숨겼다

정혜인 기자
2025.12.01 20:10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홍콩 타이포 지구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에 아파트 건물들이 불에 그을린 채 남아 있다. /AP=뉴시스

지난달 26일 발생한 홍콩 타이포 지역의 웡 푹 코트 고층 아파트 화재의 사망자 수가 1일 기준 151명으로 늘었다. 이번 사고를 조사 중인 홍콩 당국은 해당 아파트의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 구조물인 대나무 비계와 화재 경보 미작동 등이 화재 규모를 키운 것으로 관련 건설사 관계자 등 총 14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화재 현장에서 시신 5구를 추가로 발견했다며 전날 기군 146명이었던 사망자 수를 151명으로 조정했다. 전날 40여 명으로 파악됐던 실종자 수는 이날 30여 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발표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서 확보한 보수공사 자재인 보호망 샘플 20개 중 7개가 방염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화재가 발생한 윙 푹 코트의 8개 동은 지난해 7월부터 보수 공사 진행으로 대나무 비계(임시 가설물)와 녹색 보호 그물망으로 덮여 있었다. 홍콩 당국의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태풍 피해 이후 대나무 비계 외부의 일부 보호망이 방염 기능이 없는 저렴한 재질로 교체됐다고 한다.

에릭 찬 홍콩 정무장관은 보수공사 건설업체의 관계자들이 "교묘한 방법을 사용해 방염 그물망과 비(非)방염 그물망을 혼합해 사용했다"며 "기준에 미달한 샘플들은 소방관들이 (아파트 건물) 밖으로 기어 올라가야 할 정도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보수공사 담당 업체가 당국의 단속을 피하고자 접근이 쉬운 곳에는 방염 그물망을 설치하고, 접근이 어려운 상층부에는 비방염 그물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과 부패방지위원회(ICAC)는 공사 브로커와 비계 하도급업체, 보수공사 업체 책임자 등 보수공사 관련 관계자 총 14명을 체포했다. ICAC의 대니 우 잉밍(Danny Woo Ying-ming) 국장은 "7월 태풍으로 보호망 일부가 손상된 후 체포된 용의자 일부가 현지 공급업체에서 교체용 그물망을 여러 차례 구매했다"며 "이들이 구매한 그물망은 방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었고, 가격은 기존 방염 그물망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우 국장은 "용의자들은 그물망 2300롤을 롤당 54홍콩달러(약 1만190원)에 구매했다. 이는 왕 푹 코트의 8개 동을 덮을 만한 양이었다"며 "이들은 지난 10월 센트럴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당국의 점검이 강화할 것을 우려해 방염 그물망 115롤을 구입해 대나무 비계 하단부만 감싸 비계 전체를 방염 그물망으로 씌운 것처럼 위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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