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던 제국, 이젠 청년 100만명이 '그냥 쉬었음'…어쩌다

해가 지지 않던 제국, 이젠 청년 100만명이 '그냥 쉬었음'…어쩌다

양성희 기자
2026.05.31 11:31

[WHY] "노력 아니라 기회가 부족" 정부 충격

영국 런던 거리 풍경(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 런던 거리 풍경(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에서 취업이나 교육,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이른바 '니트'(NEET)족 청년 인구가 100만명을 넘었다는 조사가 나오자 영국이 충격에 빠졌다. NEET는 고용되지 않고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다는 표현(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머릿글자를 땄다. 청년기부터 직업과 경제활동에서 배제되면 자칫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AFP통신·BBC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은 영국에서 올 1분기 16~24세 니트족 청년이 10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 전체 청년의 13.5%에 해당한다. 1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조사 대상이 된 니트족 청년의 84%는 취업이나 직업 훈련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니트족 청년의 10명 중 6명은 한 번도 직업을 가져본 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영국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5년 안에 니트족 청년 수가 125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제시됐다. 이는 청년 6명 중 1명 꼴이다.

이 같은 현상의 한 이유로 아르바이트 등 초급 일자리(entry-level jobs)가 줄어든 것이 지목됐다. 경력 사다리 첫 번째 단계에 이르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년간 초급 일자리는 약 160만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숙박·외식업 분야 일자리는 지난 4년간 절반으로 감소했다.

니트족 청년 증가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니트족 청년 100만명 돌파로 부담하는 연간 누적 비용은 1250억파운드(약 254조원)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380억파운드(약 78조원)에 달하는 잠재적인 경제적 손실이 포함된다고 BBC는 전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앨런 밀번 전 보건장관은 "영국 청년이 '잃어버린 세대'가 될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많은 청년들은 성인이 돼서야 기회의 문이 닫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청년들의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기회가 부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은 수십건, 때로는 수백건의 지원서를 제출한 뒤 거절 당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청년취업에 쏟아부었지만 효과를 제대로 못 봤다는 지적이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번 결과에 대해 "냉철한 현실을 보게 됐다"며 "한 세대가 허무하게 사라질 수는 없기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양성희 기자

머니투데이 양성희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