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있는데…트럼프 왜 '마두로 측근'을 후임으로 찜했나?

김희정 기자
2026.01.05 18:06

트럼프 행정부, 군사작전 몇 주 전부터 후임자 낙점…
'석유 행정 강점'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 전향

[콜로라도 스프링스=AP/뉴시스] 4일(현지 시간) 미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 시청 앞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2026.01.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으름장을 놓은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향했다. 애초에 트럼프가 그녀를 마두로 대통령의 후임으로 점찍은 후 예상된 시나리오다. 트럼프는 왜 다른 야당 지도자를 물리고 마두로 측근인 로드리게스를 베네수엘라의 차기 지도자로 택한 걸까.

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몇 주 전 니콜라스 마두로를 대체할 인물로 로드리게스 당시 부통령을 낙점했다. 최종 적임자는 아니어도 당분간 베네수엘라의 핵심 산업인 석유를 관리할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협상에 참여했던 소식통에 따르면 중재자들은 로드리게스가 향후 미국의 에너지 투자 유치를 보호하고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했다. 지난 수년간의 경제 위기 끝에 베네수엘라 경제를 안정시키고, 미국의 제재 강화 속에서도 석유 생산량을 꾸준히 늘린 로드리게스의 행정력을 존중한 미국 관료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

미국 고위 관료는 뉴욕타임스에 "저는 오랫동안 그녀의 경력을 지켜봐 왔기 때문에 그녀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며 "그녀는 이 나라 문제에 대한 영구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우리가 마두로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을 때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수준에서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통령 /로이터=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겐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 마차도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후 마차도는 그를 "자유의 수호자"라고 칭하고 노벨 평화상까지 헌정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마차도 후보는 베네수엘라를 통치하는 데 필요한 "존경심"이 부족하다며 선을 그었다.

미국 관리들은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가 전적으로 로드리게스가 미국의 규칙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이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지 않을 경우 추가 군사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이 이날 미국 정부에 협력을 제안하면서 양측의 '동거'는 사실상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불과 하루 전 미국이 "불법 침략"했다며 "마두로 대통령이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지도자"라고 주장했던 로드리게스는 이날 미국에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을 구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을 통해 그동안 불법 정부라고 규정해 온 마두로 정권의 측근과 관계를 맺게 됐다.

반면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미국이 당선자로 인정한 당시 야당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는 버려졌다. 이 대선에 대해 국제사회는 부정선거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베네수엘라 정부에 유의미한 변화가 이뤄질 때까지 석유 수출을 계속 봉쇄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에게 정치적으로 성공할 기회를 줄 가능성도 있다. 유조선 억류를 중단하되 미국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하게끔 더 많은 허가를 신속히 내줘 베네수엘라 경제를 더 빨리 회복시키는 방안이다.

한편 56세의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온화한 말투의 기술 관료로, 군인 출신의 보안 관리가 대부분인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들 중 이질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 역시 미국인 사업가를 납치해 명성을 얻은 마르크스주의 게릴라의 딸이다. 부친은 1976년 친미 정부 산하 정보 요원들의 심문을 받은 후 감옥에서 사망했다. 프랑스에서 노동법을 전공하고 우고 차베스 정부에서 중간급 공직을 맡다가 마두로의 최고 정치 전략가가 된 오빠 호르헤 로드리게스의 도움으로 더 큰 직책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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