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관세 15→25%로 다시 인상"...'돌발 발표' 속내는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1.27 08:08

韓국회 무역합의 관련 승인 지연 주장
대미투자특별법 지연 문제 삼는 듯
새해 들어 그린란드·캐나다 등 관세전쟁 재개
일각선 美기업 차별 불만 등 다른 포석 해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번째 임기 1주년을 맞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자신의 성과를 모은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가 한미 무역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 절차 지연을 이유로 들었지만 관세 인상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관세 인상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국회가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승인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 목재, 제약을 포함한 모든 상호관세에 대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30일 양국 모두에 유리한 훌륭한 합의에 도달했고 같은 해 10월29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런 조건을 재확인했는데 한국 국회는 왜 이를 승인하지 않았냐"며 "미국에 무역 협정은 매우 중요하고 우리는 이런 협정에서 합의된 거래 조건에 따라 관세를 신속하게 인하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교역 상대국들 역시 동일하게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국회의 승인 절차는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가 의결해야 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26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해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재정경제기획위에 접수, 심사 중인 상태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관세 및 안보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데 합의, 지난해 11월13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팩트시트에는 한국이 3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와 상호관세를 인하하고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미국이 지원 또는 승인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무역합의에 따라 한국은 연간 200억달러 상한의 대미 투자를 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또 지난해 11월14일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서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같은달 26일 한국 국회에 대미투자특별법이 발의되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4일 관보 게재와 함께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외교통상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들어 그린란드 합병 의지를 밝히면서 유럽국가에 관세 인상을 위협하는 등 관세 전쟁을 재개한 가운데 한국을 본보기로 삼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캐나다를 향해 중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캐나다산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상된 관세 적용 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에서도 대미투자 속도전을 위해 한국을 압박하면서 다른 나라에 경고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합의 이후 한국 국회가 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국회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 줄곧 불만을 제기해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두고 미국기업에 대한 차별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이민단속당국의 미국인 사살 사건을 두고 미 전역에서 시위가 확산하고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운데 국외 문제로 정국 전환을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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