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희토류 등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한국 등 동맹국과 우호국에 '핵심광물 우대무역지대' 설치를 제안했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이날 워싱턴DC에서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를 열고 중국이 독점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우방국들에 '우대무역지대'(Preferential Trade Zone)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는 평소 다자주의를 기피하던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자원 독점에 맞서 이례적으로 선회한 모습이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 호주, 인도,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54개국과 유럽연합(EU)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회의 기조연설에서 "전세계 핵심광물 시장을 더 건강하고 더 경쟁력있는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제안한다"며 "외부 교란으로부터 보호되고 집행 가능한 가격 하한제를 통해 유지되는 핵심광물 우대무역지대"라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핵심 광물의 공급이) 한 국가의 손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며 "이는 곧 광물이 '지정학적 지렛대(무기)'가 되거나 팬데믹 같은 공급망 중단 사태에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안한 신생 무역 블록의 목표 중 하나는 핵심광물의 최저 가격을 규제하는 것이다. 중국이 갑자기 수출 물량을 늘려 가격을 폭락시키는 등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함이다. 핵심광물에는 코발트, 니켈, 망간, 흑연, 리튬 등 첨단 기기에 필수적인 17가지 금속 원소인 희토류를 포함해 수십 가지 물질이 유지된다. 미국은 최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관세를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은 특히 유럽연합(EU)과 향후 30일 이내에 별도 계약을 맺기로 했다. 또 EU 및 일본과 3자 파트너십도 발표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 3자 파트너십에 '핵심광물 가격 하한제를 포함한 무역 블록 조율 작업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그 버검 미국 내무장관은 "여기에 11개국이 추가로 합류할 것이며 다른 20개국도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한국에 감사드린다"며 "한국은 (핵심광물 무역 블록 출범) 이전까지 공백을 메워온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MSP는 핵심광물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 파트너십으로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영국 등 16개국과 EU가 참여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약 120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국가 전략 광물 비축 계획인 '프로젝트 볼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마치 비상용 석유 비축분(SPR)처럼 스마트폰·전기차·전투기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국가 차원에서 쌓아두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평소 독자 노선을 강조해 왔으나 광물 문제만큼은 "혼자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동맹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