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경 쓴 남자 조심하세요" 여성들 몰카 빠르게 확산...무슨 일?

이은 기자
2026.02.10 15:16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접근해 연락처를 받는 과정을 몰래 촬영한 뒤 SNS(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남성들이 늘어난 가운데, 이런 영상이 여성에게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사진은 2023년 9월 '메타'(META)가 선보인 레이밴 메타 2세대 스마트 안경의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다. /AFPBBNews=뉴스1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접근해 대화를 나누고 연락처를 교환하는 과정을 몰래 촬영한 뒤 SNS(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남성들이 늘면서 이들이 올리는 영상이 여성의 사생활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은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접근해 말을 걸거나 연락처를 물어보는 과정을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개하는 이른바 '리즈'(rizz) 영상을 올리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CNN은 이 과정에서 동의 없이 촬영·공개된 피해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워싱턴DC 공항 라운지에서 탑승을 기다리던 톨루와는 한 남성과 대화를 나눈 뒤 연락처를 교환했다.

이후 톨루와는 이 남성이 공항에서 여성에게 접근하는 과정을 몰래 촬영해 SNS에 게시해온 것을 알게 됐다. 일반 안경처럼 보이는 '스마트 안경'을 이용해 여성을 촬영한 것이었다. 톨루와도 그의 촬영 대상이었고 게시 허락을 받겠다며 톨루와를 설득하려 했지만,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영상을 공개했다.

톨루와는 "영상이 순식간에 퍼져 사람들이 내게 그 영상 링크를 보내기까지 했다"며 "어떤 사람이 내게 다가와 이 영상을 들이밀면서 '이거 당신 맞냐?'고 묻기도 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 매닉 뮤즈도 텍사스주의 한 마트에서 안경을 쓴 남성과 연락처를 교환한 뒤, 자신이 스마트 안경으로 몰래 촬영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뮤즈는 상대 남성에게 자신을 몰래 촬영했는지 묻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이후 뮤즈는 해당 남성이 수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SNS 계정에서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영상을 꾸준히 공개해온 사실을 알게 됐고, "내 영상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역시 답장을 받지 못했다.

결국 그의 SNS에는 뮤즈의 동의를 받지 않은 영상이 올라왔고, 조회수는 2300만 회를 넘어섰다. 뮤즈는 "몰래 촬영되는 것에도, 수천만 명을 위한 콘텐츠가 되는 것에도 동의한 적이 없다"며 "너무 치욕적"이라고 분노했다.

스마트 안경에는 녹화 중임을 나타내는 LED 표시등이 있지만, 이는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차단 스티커로 가릴 수 있다.

스마트 안경을 출시한 '메타'는 "우리 안경에는 촬영 시 활성화되는 LED 불빛이 있어 기기가 녹화 중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린다"며 "사람들이 표시등을 가리지 못하도록 변조 감지 기술이 적용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CNN과 인터뷰한 여성들은 누구도 대화 중에 안경에서 깜빡이는 불빛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SNS에 공유되는 '리즈' 영상은 대부분 남성의 시점으로 촬영되며 상대 여성이 촬영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일부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는데, 촬영된 여성을 겨냥한 혐오성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영상을 제작·유통하는 이른바 '맨플루언서'(남성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플루언서)의 증가가 여성에게 새로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모나쉬 대학의 교육·문화·사회학 강사인 스테파니 웨스코트는 "온라인 영상에서 여성은 정복의 대상, 전리품, 보상으로 취급된다"며 "여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체적 자율성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여성폭력방지단체(EVAW)의 레베카 히친 정책·캠페인 책임자는 "악의적 목적으로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 자체가 여성의 사생활 보호권과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존재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스마트 안경은 혁신이 아니라 일상 속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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