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초호황에 삼성·SK하이닉스 추격 가속화하는 중국 메모리 업체[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기자
2026.02.15 06:00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로이터=뉴스1

메모리 반도체가 초유의 호황이다. 메모리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이 각각 약 1150조원(우선주 포함), 650조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대만 TSMC가 주도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중국 언론에는 삼성전자 시총이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를 제쳤다는 기사가 나오는 등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보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중국 언론의 시선은 부러움 반, 시샘 반이다.

반면, 중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이번 메모리 초호황을 자국 메모리 업체를 육성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사상 초유의 메모리 호황과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글로벌 메모리 시장, 올해 5516억달러로 134% 성장 전망
글로벌 D램·낸드플래시 시장 전망/그래픽=김지영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인공지능(AI) 붐으로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5516억달러로 성장해, 파운드리 시장(2187억달러)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 하면서 고대역폭·대용량·저지연 성능을 갖춘 고성능 D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낸드 플래시 역시 빠른 데이터 전송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면서 메모리가 AI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각각 1657억달러와 697억달러를 기록한 글로벌 D램 시장과 낸드플래시 시장이 올해는 각각 4043억달러와 147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도 작년 2354억달러에서 5516억달러로 13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TSMC가 약 70%를 차지하는 파운드리 시장은 작년 1750억달러에서 올해 2187억달러로 약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동안 각광받던 파운드리의 성장세가 메모리에 훨씬 뒤처지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메모리 초호황으로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각각 170조원와 14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메모리 초호황은 한국을 맹추격하는 중국 메모리 업체에게도 기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 수출입 현황/그래픽=이지혜

중국의 반도체 수출입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이 반도체 자급율 상승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지 알 수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반도체는 무려 4243억달러어치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출한 반도체는 2019억달러로 반도체에서만 2224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이 반도체를 이렇게 많이 수입한 이유는 중국이 글로벌 PC·노트북(약 80~90%), 스마트폰(약 60%)의 주요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된 PC·노트북의 70~80%는 다시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된다. 중국이 PC·노트북 제조, 즉 조립과정에서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면 중국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파운드리에서는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의 레거시(범용) 반도체 위주로 생산이 늘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중국 반도체 수출금액은 사상 최고치(2019억달러)를 경신했으며 반도체 무역적자도 2224억달러로 2021년(2787억달러) 대비 20% 줄었다.

한국 메모리 추격에 박차 가하는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
CXMT의 LPDDR5 램/사진=트렌드포스

중국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산맥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는 이미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며 한국 메모리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XMT는 올해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을 통해, 295억위안(약 6조원)을 조달해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며 YMTC도 내년 상반기 상장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4위 D램 업체인 CXMT는 상하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장 중이며 완공시 생산능력이 허페이 본사 공장의 2~3배에 달할 전망이다. 상하이 공장은 올해 하반기 장비 도입을 거쳐 내년 양산에 진입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라인도 확장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6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YMTC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우한에 3공장을 건설 중이다. 신규 생산라인의 50%를 D램 생산에 배정하는 등 D램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며 HBM 생산도 저울질하고 있다.

글로벌 D램·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그래픽=김지영

글로벌 D램·낸드플래시 시장에서 CXMT와 YMTC의 점유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CXMT의 점유율은 5%다. 2024년 3분기(3%) 대비 1년 만에 점유율이 2%포인트 올랐다.

CXMT의 점유율을 더 높게 보는 곳도 있다. 프랑스 IT 시장조사기관 욜 그룹(Yole Group)은 생산능력 기준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1.1%이며 2027년에는 13.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YMTC의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도 작년 3분기 10%를 기록하며 샌디스크(12%)를 바짝 추격했다. YMTC의 점유율도 1년 만에 3%포인트 오르며 강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CXMT와 YMTC의 판로도 넓어질 조짐이 보인다. 최근 미국 PC업체인 HP와 델, 대만 PC업체인 에이서와 에이수스가 처음으로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 1분기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2배 가까이 오르고 낸드플래시 가격도 60% 가까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자 원가 상승 압력에 직면한 글로벌 PC 제조사들이 중국 메모리 반도체 구매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에서 전 세계 PC, 노트북의 80~90%를 조립하기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의 D램 조달은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HP는 CXMT의 D램 시험에 나섰으며 올해 중반까지 메모리 가격 급등이 지속될 경우 미국외 시장용 PC에 한해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델, 에이서, 에이수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메모리 초호황을 맞아 중국 메모리 업체가 한국 메모리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초호황에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 중국과의 초격차 유지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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