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시'의 성장이 묻는다…'예측시장'은 도박인가 투자인가

'칼시'의 성장이 묻는다…'예측시장'은 도박인가 투자인가

김하늬 기자
2026.02.15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제미나이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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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점 대비 약 40% 하락한 6만8000달러 수준까지 밀렸다. 지난해 하반기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약 45억 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한 가운데서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새어 나온 투기적 유동성이 어디로 흘러갈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 이 자금들이 스며든 곳이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이라는 주장이 일부 시장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예측시장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특정 사건(이벤트)의 결과를 놓고 돈을 투자하는 거래시장이다. 과거에는 베팅의 일종으로 인식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일부 플랫폼이 거래의 금융상품화를 통해 제도권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 시도가 하나둘 성공한 것이 투기적 유동성 유입설의 배경이다.

그 대표 사례가 칼시(Kalshi)다. 우선 칼시는 미국 규제당국과의 소송 끝에 일정 범위 내에서 상품선물거래법 체계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지난 1년간 사용자의 앱다운로드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월 8만건에서 연말기준 130만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반기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규모는 15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체 예측시장도 성장중이다. 스테이블코인(USDC) 기반으로 거래되는 또다른 대표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 역시 자금 유입이 확대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에 힘입어 예측시장 전체의 월간 거래대금은 2024년 초 약 1억 달러 수준에서 2025년 12월 130억 달러로 확대됐다. 미결제약정 규모 역시 2000만 달러에서 2년 만에 18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는 예측시장이 일회성 베팅을 넘어 일정 기간 자금이 머무는 시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상자산 거래소(코인베이스·제미니), 온라인 스포츠 베팅 업체(팬듀얼), 주식거래 플랫폼(로빈후드) 등도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 역시 예측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미국 예측시장의 최근 성장 배경과 이후 전망에 대해 칼시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우리는 발생가능성에 값을 매긴다"...예측시장의 작동방식

"미국 정부는 2027년이 오기 전 외계인을 공식 인정할까요? 이란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7월이 끝나기 전 물러날까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티모시 샬라메가 받을 수 있을까요? 연준(Fed)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할까요? 오늘 첫눈이 올까요?"

칼시 플랫폼에는 이처럼 다양한, 때로는 기상천외한 사건의 발생 여부를 묻는 질문이 상시 게재된다. 거래자들은 해당 이벤트의 결과에 대해 1~100센트 범위에서 '주식(Shares)'을 매매한다. 특정 예측이 적중할 경우 1주당 1달러로 상환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 가격은 해당 사건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집단적 평가로 해석된다.

칼시에 올라온 '미국 정부의 외계인 인정'이벤트 계약. 예(YES) 1주는 15센트에 구매할 수있다. /사진=칼시 웹사이트
칼시에 올라온 '미국 정부의 외계인 인정'이벤트 계약. 예(YES) 1주는 15센트에 구매할 수있다. /사진=칼시 웹사이트

예컨대 '외계인 공식 인정' 질문에서 '예'의 가격이 15센트라면,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해당 사건의 발생 확률을 약 15% 수준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매수자의 최대 손실은 투자금(15센트)으로 제한되며, 사건이 발생할 경우 수익은 1달러에서 매수가를 뺀 85센트가 된다. 구조상 손익 범위가 명확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이해가 쉽다.

정산은 사전 지정된 객관적 출처 기관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결과가 확정 되면 30분 이내 현금 정산이 이뤄진다.

칼시는 이 과정을 파생상품 거래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예측 대상 이벤트가 미국 상품거래법(Commodity Exchange Act, CEA)상 '상품(commodity)'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칼시측 설명. CEA가 상품의 범위를 농산물·에너지뿐 아니라 '권리 및 이익(rights and interests)'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거 결과나 금리 전망처럼 경제적·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사건 역시 일정한 법적 범주 안에서 다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계약구조 역시 '예/아니오'로 결론이 모아지는 이진법형 계약(Binary Contract) 형태여서 파생계약과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CFTC도 이를 인정, 2020년 칼시를 지정계약시장(DCM)으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칼시는 현재 연방법 감독 체계 안에서 운영 근거는 확보하고 있다.

예측시장 합법화 노력…도박과의 차별성 주장

최근 성장은 설립 초기부터 연방 규제 내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전략을 택한 칼시의 방향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규제 내 파생상품 거래화라는 구조화 노력이 탈중앙화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역외 거래에 집중해 온 경쟁사 폴리마켓의 성장까지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규제 내 사업자 지위를 추구한 배경에는 공동 설립자 타렉 만수르와 루아나 로페스 라라가 골드만삭스, 시타델 등 제도권 금융기관 출신이라는 이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칼시의 공동창업자  타렉 만수르(왼쪽)와 루아나 로페스 라라(오른쪽)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운데)와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린 사진. 트럼프 주니어는 칼시의 고문이다./사진=만수르 SNS
칼시의 공동창업자 타렉 만수르(왼쪽)와 루아나 로페스 라라(오른쪽)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운데)와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린 사진. 트럼프 주니어는 칼시의 고문이다./사진=만수르 SNS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칼시 측은 예측시장이 도박과 구별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들이 다루는 거래가 기후 변화, 금리 변동, 정책 변화 등 이미 존재하는 경제·사회적 위험에 대한 가격을 형성해 온 것이며, 이를 통해 위험 관리 수단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금융 도구라는 것이다.

칼시는 "도박이 인위적으로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구조라면, 예측시장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또한 도박은 운영자가 배당률을 애초 고정하지만, 예측시장은 공개 정보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가격 발견' 기능을 수행하는 점에서 상이하다고 설명한다.

예로 제시되는 것이 강설량 예측시장. 제설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지방정부나 기상 변화에 민감한 농가가 관련 계약을 매입함으로써 향후 발생가능한 비용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칼시의 성장의 디딤돌이 된 사건이 하나 발생했는데, 바로 2024년 9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이 선거관련 예측계약을 재개할 수 있도록 판단한 것이다. 당시 법원은 대선으로 달아오른 선거예측 계약을 일부 금지한 CFTC의 조치가 권한 남용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거래 규모가 급증했다.

이처럼 칼시가 규제의 품으로 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자, 가상자산에 우호적이라고 인식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장환경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칼시에서 최고 규제 책임자를 지낸 엘리에저 미쇼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정부효율부(DOGE)에 합류했다. CFTC 신임 의장 마이클 셀리그가 예측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도 우호적 환경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칼시 역시 이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려 적극적으로 나서, 지난해 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전략 고문으로 영입했다.

기관 자금 유입도 확대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소유주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는 지난해 1월 폴리마켓에 대한 20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비슷한 시기 칼시 역시 세쿼이아·패러다임·앤드리슨 호로위츠 등으로부터 1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채권화(Bonding)'에 미디어와의 제휴까지...하지만 이면에 도사린 리스크

최근 칼시 플랫폼에는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거나 높은 사건에 자금을 묶어 일정 수익률을 기대하는 상품도 등장했다. 이용자들은 이를 '본딩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다만 이는 법적 의미의 채권이 아니라, 조건부 지급 구조를 활용한 거래 방식에 가깝다.

예를 들어 '예수가 2025년에 재림할까요'라는 이벤트 계약에서 사실상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해 '아니오'에 베팅할 경우, 가격 구조상 일정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계약에 330만 달러가 유입됐고, 2025년 말 재림이 발생하지 않자 '아니오'에 투자한 참여자는 연 환산 기준 약 5%대 수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폴리마켓에 올라온 '예수 재림' 이벤트 계약 현황. 예수재림이 일어나지 않는다(NO)의 응답이 96%(96센트)로 구매 가능하며 , 이때 연간 수익률은 4% 선에서 이뤄진다. /사진=폴리마켓 웹사이트 캡쳐
폴리마켓에 올라온 '예수 재림' 이벤트 계약 현황. 예수재림이 일어나지 않는다(NO)의 응답이 96%(96센트)로 구매 가능하며 , 이때 연간 수익률은 4% 선에서 이뤄진다. /사진=폴리마켓 웹사이트 캡쳐

그러나 이 구조는 채권처럼 발행자의 신용과 법적 상환 의무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단 한 번의 예외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원금 전액 손실이 가능하다. 따라서 '채권화'라는 표현은 구조적 안정성을 과도하게 연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칼시는 레거시 미디어와의 정보 제휴에도 힘을 싣는 중이다. CNN과 CNBC는 칼시 데이터를, 다우존스 포트폴리오(월스트리트저널·배런스·마켓워치·인베스터스비즈니스데일리)는 폴리마켓 데이터를 뉴스에 인용하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 당시 주요 5개 여론조사 기관 평균 오차범위가 ±3.2%포인트였던 반면, 예측시장 가격은 실제 투표 결과와 0.8%포인트 차이로 근접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미디어들은 예측시장 참여자 중심으로의 독자층 확대와 라이선스 수익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루려는 심산이다. 사람들이 정확하고 확실한 결과에 베팅하기 위해 뉴스를 더 많이, 꼼꼼히 읽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CNN 방송이 칼시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하는 장면./사진=CNN 방송화면 캡쳐
CNN 방송이 칼시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하는 장면./사진=CNN 방송화면 캡쳐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미디어 보도가 시장 참여를 자극하고, 시장 가격이 다시 보도의 근거로 활용되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세력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내부 정보 이용 문제 역시 언제든지 불거져도 이상하지 않을 리스크다.

한국에선 낯선 시장, 과연 도입은 가능할까?

글로벌에서 핫한 투자상품이라면 전 세계 어느나라보다 관심을 많이 보이는 한국 투자자들. 과연 국내에서 제도권 금융거래 시장에서 이 예측계약상품의 맛을 볼 수 있을까? 글로벌 투자상품 트렌드에 민감하지만, 그만큼 규제의 벽도 높은 대한민국답게 도입을 위해서는 산넘어 산이 될 전망이다.

우선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 정의부터 이뤄져야 한다. 현행법은 기초자산을 금융투자상품·통화·농수산물·신용지수 및 계량 가능한 자연현상 등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정치·사회적 사건은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

형법상 도박죄의 벽도 넘어야 한다. 국내 형법상 도박죄는 우연성에 의해 재산상의 득실이 결정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예측시장이 도박과 구별되기 위해서는 해당 거래가 단순한 사행 행위가 아니라 위험 관리 수단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게임산업법 및 사행행위규제법상 사행성 판단 문제도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DCM 제도와 유사한 별도의 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데, 논의조차 이뤄질 조짐은 없다.

토큰증권(STO) 제도가 있지만 구조적 차이로 인해 관련규제로 끌어다 쓸 수는 없다. 투자계약증권은 공동사업의 성과에 대한 수익권을 전제로 하지만, 예측시장은 특정 사건의 발생 여부에 따른 조건부 지급 계약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세종 황현일 변호사는 "예측시장이 국내에 도입된다면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구조가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면서도 "현행 자본시장법 체계에서는 증권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토큰증권 발행이 허용되고 있는 만큼, 예측시장 모델이 토큰증권 형태로 제도권에 안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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