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차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체제에서 유럽 회원국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콜비 차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게재된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뷰에서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제시된 기준의 국방비 지출을 약속한 첫 번째 비(非)나토 동맹국"이라고 말했다.
콜비 차관은 "이는 미국이 동맹에서 후퇴하는 게 아니라 훨씬 더 지속 가능한 길로 나아가는 온건한 접근 방식"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NSS와 국방전략서(NDS) 등 여러 안보 문서에서 동맹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방비 지출을 3.5%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 유럽 회원국들에게는 국방비를 GDP의 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고, 스페인을 제외한 회원국들은 지난해 6월 나토 정상회담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콜비 차관은 "우리(트럼프 행정부)는 훨씬 더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유럽이 재래식 방어에 대한 주도적 책임을 지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유럽 지도자들이 약속한 대로 (유럽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이행함으로써 뒷받침될 수 있다"고 했다.
콜비 차관은 러시아의 유럽 침략 위협은 부유한 유럽 국가들이 도맡아야 할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마찬가지로 한국도 북한이 주요 위협이라는 입장과 함께 한반도의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간 관계에 대해 콜비 차관은 "미국은 중국과 안정적이고 존중하는 관계를 원한다. 당연히 갈등은 피하고 싶다"면서도 "군사적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우리는 조용히 제1열도선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1열도선은 북쪽 쿠릴 열도에서 남쪽으로 일본,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보르네오 섬까지 이어지는 가상의 선이다. 중국의 해양 진출과 미국의 인도 태평양 안보 전략이 맞부딪치는 경계선으로도 불린다.
콜비 차관은 "제1열도선의 안정과 대중국 억제는 대립이 아닌 힘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동맹국, 특히 인도 태평양 동맹국들과 협력해 공동의 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억누르려 한다는 중국 측 주장이 있었는데 우리는 중국을 억압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그럴 의도가 전혀 없고 우리와 우리의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이 강력한 입지를 갖게 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했다.
포린 폴리시가 "대만에 대한 (전쟁) 억지력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느냐"고 묻자 콜비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입장을 매우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끝으로 핵 확산과 확산 방지 문제에 관해 콜비 차관은 "미국의 확장 핵 억지력은 동맹국들에게 제공될 것이며 이는 명백하다"고 밝혔다. 동맹국들에게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지력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담긴 '확장 억제' 문구가 NSS, NDS에서 빠진 것 때문에 미국의 핵 우산 제공 약속이 바뀐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진 바 있는데, 이에 대한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