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년을 앞둔 2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미 세계 제3차 대전을 일으켰다"면서 서방이 더욱 강력하게 러시아를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을 향해선 "최소 30년 간의 안보 보장을 원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게재된 BBC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물러나게 할 유일한 대응책은 강력한 군사, 경제적 압박뿐"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 있는데 러시아는 이를 강제로 바꾸려 한다"며 "중요한 것은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영토를 점령할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푸틴 대통령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중재로 종전 협정을 진행 중인데,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전체를 할양하라는 러시아 요구 때문에 교착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영토 할양은 자국 헌법 위반인데다 이번 요구에 굴복하면 러시아가 또 다른 영토를 탐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전쟁에서 이기고 있기 때문에 도네츠크 할양이 없다면 협상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영토 요구에 대해 "단순의 땅의 문제가 아니"라며 "우리의 입지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도네츠크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 수십만 명을 버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도네츠크에서) 철수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킬 것"이라고 했다.
전쟁을 잠시라도 멈출 수 있다면 도네츠크 할양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BBC 질문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영토 할양으로) 당분간은 만족할지 모른다"면서 러시아가 재침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크름반도는 2014년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에 병합됐으나 국제사회에선 이를 강제합병으로 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몰도바, 폴란드 등도 안심할 수 없을 거란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할 것이라고 믿느냐는 물음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소 30년 간의 안보 보장을 원한다"며 "대통령은 바뀌지만 제도는 그대로 남는다"고 했다. 미 의회가 법률(제도)을 통해 안보 보장을 확약해주길 바란다는 취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이유로 2024년부터 대통령 선거를 미뤄왔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중이므로 종전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거가 전쟁 종식을 위한 조건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면서도 "선거는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AF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러시아 안보 보장을 위한 핵 개발은 절대적인 우선순위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러시아 간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 스타트)이 지난 5일 만료된 사실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군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면서 "가장 어려운 상황을 포함한 모든 조건에서 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