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 "한국 강한 국방력, 경제 다변화 절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로 만 4년이 되는 가운데 종전 및 평화 구축을 위한 협상도 교착 국면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러시아의 조건을 수용한다면 전쟁이 끝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쉽사리 영토를 포기하기 어렵다. 유럽을 안보 면에서 지탱해온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 변화로 존재의 위기마저 겪고있다.
세계질서가 변화하는 데 따라 우리나라 또한 국방 및 경제력을 키우는 등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성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23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전쟁이 언제 끝나든 앞으로 세계질서는 미·중·러와 같은 강대국 그리고 일정하게 경제력과 전략적 자율성을 갖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환경을 헤쳐나가려면 한국은 강한 국방력, 경제관계의 다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단극(일극) 질서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패권에 대해 다른 강대국이 탈냉전기 들어 처음 군사력으로 도전한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의 단일 패권 체제가 흔들린다는 징후는 전쟁 전에도 수차례 나타났다. 중국의 급부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은 이전처럼 미국 홀로 세계질서를 주도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같은 질서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관계를 재설정하고 거기서 비축한 힘으로 중국을 더욱 견제하려 한다는 것이 제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이미 단극체제는 더이상 유지될 수 없지만 다극체제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며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패권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재확립'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그린란드를 포함, 이른바 서반구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굳히는 것도 그 중 하나인데 그러자면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러-우 전쟁의 양상은 당사국인 두 나라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인 입장을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다. 물론 이 전쟁을 미-러 관계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민간인을 비롯, 인명 피해가 극심하다는 비인간적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제 교수는 이 전쟁 자체를 빨리 끝내야 한다며 아울러 그 파장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제 교수에 따르면 러우전쟁의 결과,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고 "경제협력이 고도화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도 깨졌다. 북한군이 전쟁에 파병돼 러·북 군사협력이 심화되는 양상도 우리에겐 부담이다. 그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국은 국방력을 강화하고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해 경제관계를 다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의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제 교수는 "그동안 유럽의 발전은 첫째 (나토를 통해) 미국이 안보를 보장했고 둘째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두 가지 조건 모두 변화하는 만큼 유럽은 경제성장 및 복지모델 자체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이 마주한 현실은 글로벌 경제상황에 크게 의존해 온 한국에게도 시사점이 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