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쿠르드족의 참전 소식으로 분수령을 맞았다. 산악 지형에 익숙한 쿠르드족이 본격 뛰어든다면 게릴라전이 가능하다. 미국이 직접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대리 지상전'을 치르고, 이를 통해 이란에 타격을 입히면 내부에서 대규모 시민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쿠르드족이 가세하면 이번 충돌의 성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중동 전쟁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쿠르드족은 국가 없이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 뿔뿔이 흩어져 산다. 종교면에선 이슬람 수니파이고 페르시아어의 한 종류인 쿠르드어를 쓴다. 인구가 3000만~4000만명에 이르러 세계 최대 소수민족이면서 유랑 민족, '중동의 집시' 등으로 불린다. 이 중 1500만명 정도가 튀르키예에 거주하고 이란과 이라크엔 약 800만명, 600만명이 산다.
이 지역에 오래 살아온 쿠르드족의 숙원은 독립국가를 세우는 것인데 이와 관련 강대국에 이용 당한 '배신의 역사'를 지녔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 독립을 보장 받고 참전했으나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고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197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도 자치 정부 수립을 위해 이라크군과 싸웠으나 외면 당했다. 최근엔 2014년부터 미국과 손잡고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 참여했다. 다만 미국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해 배신 당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때문에 쿠르드족이 미국-이란전쟁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를 두고 관측이 엇갈린다. 단 게릴라전을 치를 역량이 있고,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이란 내 자치 지역 건설을 약속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쿠르드족은 전투 경험이 상당하고 주로 산악 지대에 거주해 산악 지형에 익숙하다. 쿠르드족 민병대가 적극 전투를 벌이면 이번 전쟁의 전황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미군 인명피해를 감수해야 하기에 직접 지상전에 뛰어드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쿠르드족이 이 일을 대신하면 부담을 덜 수 있다. 쿠르드족이 미군 대신 손에 피를 묻히는 셈이다. 또한 미국은 시민 봉기를 통해 이란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바라는데 기존 이란 정권에 반대해온 쿠르드족이 참전할 경우 대규모 봉기 쪽으로 상황이 급전개될 수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론 쿠르드족 참전에 모호한 태도다. 지상전 개시 보도가 나오기 이전엔 미국이 쿠르드족을 참전시키기 위해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원 주체로 전해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족 관계자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통화 사실은 인정했지만 무기 지원 등에 대해선 부인했다. 다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지원과 관련, 부인 아닌 '노코멘트'로 입장을 바꾸면서 기존 보도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물론 이를 공식화하면 자칫 외부세력을 부추겨 혼란을 자극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로이터통신에 "그들이 그렇게 (참전)한다면 매우 훌륭한 일이라고 본다"며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쿠르드족을 지원한 적이 있거나 지원할 계획인지에 대한 질문엔 "그건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쿠르드족의 목표는 "이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4일(현지시간) 쿠르드족 민병대가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넘어가 지상 공격 작전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수천명의 쿠르드족이 이라크에서 국경을 넘어 이란으로 진입해 지상 공격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과 이라크 당국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일각에선 이란 국경으로 진입하려는 쿠르드족 부대와 이란이 충돌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