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투자하면 AI 반도체 팔게" 美 수출규제 검토, 업계 촉각

"미국에 투자하면 AI 반도체 팔게" 美 수출규제 검토, 업계 촉각

김종훈 기자
2026.03.06 11:30

수입물량별 차등적용안…"최대 20만 개 수입·설치시 현장조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 단지 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좌담회에 참석해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 단지 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좌담회에 참석해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AI(인공지능) 개발 칩에 관한 새로운 수출 규제를 논의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AI 칩 구매 물량에 따라 규제를 차등적용하며, 대미 투자를 약속해야 대량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걸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가 대미 투자 조건으로 AI 칩 수출 약정을 맺었는데 이 같은 방식을 다른 나라에도 적용한다는 관측이다.

외신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수출입 대상 AI 칩의 전체 연산 규모에 따라 수출 제한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1000개 미만 물량 수출은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고, 특정 조건을 수용하면 허가를 면제받을 수 있다.

허가 면제를 받으려는 수입처는 엔비디아, AMD 등 칩을 수출하는 업체로부터 칩 사용에 관한 감시를 받겠다는 약정을 맺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AI 칩을 상호 연계한 '클러스터' 조직을 방지하는 소프트웨어 설치에도 동의해야 한다.

최대 10만 개의 칩을 수입하려는 외국 기업은 자국 정부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 칩 사용과 안보에 관한 보증일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칩 구매 협정을 체결한 사우디에 이 같은 보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 20만 개의 칩을 설치하는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온 수출 통제 담당자가 설치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FT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 가장 높은 등급의 허가를 취득하려면 수입 기업의 정부가 미국 AI 인프라 투자를 약속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우디, UAE 등 특정국가와 체결한 조건을 확대 적용하는 셈이다.

이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뉴욕증시 장중 한때 1%대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가 실제 적용되면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등 글로벌 거래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에서 "미국 기술을 안전하게 수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는 역사적인 중동 협정(사우디, UAE와 맺은 칩 수출 협정)을 통해 수출을 성공적으로 증진시켰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공식화하기 위한 정부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는 미국의 최우방 동맹국들은 반도체 수출 제한에서 면제돼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었다"며 "이번 규정은 이런 접근 방식과 상당히 다르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 여부를 불문하고 반도체 수입처 전부에 대해 제한 규정을 적용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담당관을 지낸 사이프 칸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 규정들은 중국으로 반도체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입 자격 요건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볼 때 동맹국과 (무역) 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할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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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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