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안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제조 역량이 필요해질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세계 최고의 파트너인 TSMC는 물론, 삼성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개발자회의 'GTC 2026'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례 없는 '제조 대확장' 계획을 밝혔다. 황 CEO는 특히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실질적인 협력 강화를 언급하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확인했다.
황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엔비디아가 지난해 말 인수한 AI 추론 칩 특화 스타트업의 '그록' 칩 생산과 관련해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전날 기조연설에 이어 다시 한번 언급했다. 엔비디아가 그동안 AI 생태계를 이끈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이어 또다른 야심작으로 준비하는 추론 칩 위탁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TSMC에 집중됐던 엔비디아의 파운드리 공급망이 삼성전자로 본격 확대되면서 삼성 파운드리가 이르면 올해 말 만년 적자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고성능 학습용 칩은 TSMC에, 효율성이 중시되는 추론 전용 칩 및 관련 부품은 삼성전자에 맡기는 이원화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 CEO는 "수요가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특정 파트너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제조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 CEO는 제조 역량이 중요해진 근거로 AI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꼽았다. "과거의 컴퓨터가 데이터 검색 도구였다면 미래의 컴퓨터는 '토큰 제조기'"라는 것. 황 CEO는 "토큰 생산을 위한 인프라 수요가 이제 막 변곡점을 지났기 때문에 전 세계 반도체 제조라인이 앞으로 더 바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제 수조 달러 규모의 제조 역량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반도체 칩뿐만 아니라 커넥터, 실리콘 포토닉스(광학 소자), 방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제조 생태계 전체가 거대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를 CPU, GPU, 네트워크, 스토리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공하는 'AI 제국'으로 키우려는 황 CEO 비전에서 삼성전자가 필수적인 동맹이 된 셈이다.
제조 역량 확대와 맞물려 메모리 기술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HBM(고대역폭메모리), LPDDR, SRAM 등 세 가지 메모리 기술을 데이터센터 칩에 모두 최적화해 사용하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차세대 제품인 '로사' 아키텍처에는 삼성 등이 주도하는 LPDDR6가 탑재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