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88)가 약 50년 전 저지른 성폭행으로 피해자에게 약 288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 폭스 11 로스앤젤레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산타모니카 고등법원 배심원단은 코스비가 도나 모트싱어에게 약물을 먹여 성폭행했다고 판단해 1925만 달러(한화 약 288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모트싱어의 과거 손해에 대해 1750만 달러(약 262억원), 미래 손해에 대해서는 175만 달러(약 26억원)를 책정했다. 이는 정신적 고통, 삶의 즐거움 상실, 불편함, 슬픔, 불안, 굴욕감 및 정서적 고통 등을 고려한 것이다.
2023년 9월 코스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모트싱어는 1972년 코스비의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에 초대받아 그의 리무진을 타고 이동하던 중 와인과 알약을 건네받은 뒤 의식을 잃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마지막 기억은 섬광과 함께 상의, 브래지어, 바지를 입지 않은 채 속옷만 입은 채 집에서 깨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트싱어는 이날 평결 결과에 대해 "정의를 실현하기까지 54년이 걸렸다. 나머지 피해 여성들에게는 끝난 일이 아니지만,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상금에 대해서는 "금상첨화"라고 덧붙였다.
코스비 측은 모트싱어와의 성적 접촉을 기억하지 못하며, 성관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동의 없이 그에게 약물을 먹였다는 혐의도 부인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코스비는 1980년대 시트콤 '코스비 가족'에 출연해 한때 미국의 '국민 아빠' '국민 코미디언' 등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으나, 2014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이후 수십 건의 성범죄 의혹이 제기되며 이미지가 추락했다.
코스비는 1960년대부터 약 50년에 걸쳐 50명 이상의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코스비는 모든 만남이 합의에 의한 것이라 주장했으나, 2004년 자택에서 안드레아 콘스탠드에게 약물을 먹여 성폭행한 혐의로 2018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투 운동 이후 미국 유명 인사 중에선 처음 내려진 성범죄 유죄 판결이었다. 그러나 2021년 6월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이 코스비가 공정한 사법 절차를 누리지 못했다며 유죄 판결을 뒤집으면서 그는 석방됐다.
코스비가 성폭행 사건으로 거액의 배상 책임을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974년 당시 16세였던 주디 후스를 성추행한 혐의가 인정돼 2022년 50만 달러(약 7억5000만원)를 배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