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악재에 터보퀀트 덮쳐…불안감에 잠 못드는 뉴욕

양성희 기자
2026.03.31 16:23

구글 '메모리 압축' 기술, 반도체 수요위축 전망

구글 뉴욕 본사/사진=AFP

구글 '터보퀀트' 충격과 중동전쟁 악재가 겹치며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폭락하는 등 기술주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AI(인공지능) 메모리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표종목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이 급락했다. 국제유가가 치솟아 가뜩이나 부담을 안고있는 글로벌시장에 악재가 가중됐다.

마이크론은 30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대비 9.88% 폭락한 321.8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마이크론 주가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6거래일 연속 추락했다가 지난 27일 반등했으나 다시 하락 곡선을 그렸다.

이날 샌디스크도 7.04%의 폭락을 면하지 못했고 인텔(-4.50%), ASML(-3.72%), AMD(-2.95%) 등도 나란히 하락했다.

주요 반도체주 주가가 일제히 떨어지면서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23% 급락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주 하락이 이어지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53.72포인트(0.73%) 떨어진 2만794.64에 장을 마쳤다.

마이크론 로고/사진=로이터
터보퀀트 충격 즉각 반응…"영향 제한적" 지적도

터보퀀트 충격이 시장에 계속된 영향이다. 구글은 지난 24일 메모리 압축 기술 '터보퀀트'를 발표했다. 해당 기술이 AI 메모리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은 메모리 수요를 위축시킬 거란 관측으로 이어졌다. AI에 대한 투자가 과도하다는 AI거품론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이에 연초 AI 붐을 타고 고공행진하던 반도체 등 기술주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미국발 충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장주 주가에도 직결된다.

다만 이 같은 반응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모건스탠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AI 비용 절감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터보퀀트 충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봤다. 현재 시장 반응은 '제번스의 역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번스 역설은 효율성이 개선되면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JP모건체이스도 블룸버그통신에 "해당 소식으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메모리 소비에 위협이 될 만한 요인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밴엑어소시에이츠 역시 마이크론 주가 폭락을 두고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이 간과한 요인을 깨달을 경우 강하게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중동전쟁 확전 가능성에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미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는 건 터보퀀트뿐만 아니라 중동전쟁 영향도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협상 낙관론에도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정세가 불안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편으로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이란을 향해 하르그섬 장악 의지를 드러내고 폭파를 위협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도 폭등했다. 국제유가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이날 전장보다 0.19% 오른 배럴당 112.78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116.89달러까지 올라 이란전쟁 발발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이달 브렌트유 월간 상승폭은 55%에 달했다. 1차 걸프전 당시인 1990년 9월(46%) 수준을 넘어섰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25% 오른 배럴당 102.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전쟁 이후 WTI가 장중 100달러를 넘긴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종가 기준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던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WTI는 이달 들어 53% 상승해 2020년 5월 이후 최고 월간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큰손 투자자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가 엔비디아 등 기술주 주식을 대량 매도해 관심을 모았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아크 인베스트는 지난 26일 엔비디아 주식 약 2660만달러(한화 약 406억원), 메타 주식 약 4200만달러(한화 약 641억원) 규모를 매각하며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블룸버그는 "막대한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술주가 급락했고 최근 미국-이란전쟁이 격화하며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됐다"며 "기술주 조정 국면에 진입한 건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