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30일(현지시간) 호재와 악재가 엇갈린 가운데 오전 강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지수는 0.1% 강보합 마감했지만 S&P500지수는 0.4%, 나스닥지수는 0.7% 하락했다.
이날 호재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최근의 유가 급등에도 사실상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이날 하버드대에서 진행된 사회자와의 토론에서 "에너지 충격은 왔다가 상당히 빠르게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며 "(금리를 올려도) 긴축의 효과가 나타날 때쯤이면 유가 충격은 이미 가라앉고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하면서 이날 국채수익률은 하락했고 이는 증시에 숨통을 터줬다. 연준의 정책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0.08%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3.834%를 나타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09%포인트 내려간 4.348%, 30년물 국채수익률은 0.07%포인트 하락한 4.906%를 기록하며 각각 시장의 공포를 촉발시킬 수 있는 분기점인 4.5%와 5%에서 상당히 멀어졌다.
반면 악재는 유가 상승세였다. 이날 친이란 무장정파인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이란 전쟁에 참전하며 홍해까지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3년8개월만에 처음으로 100달러 위에서 마감했다. WTI 선물가격은 102.88달러,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112.72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이란 전쟁이 시작된 후 각각 53%와 55% 급등했다.
이날 투자자들은 올 1분기 거래를 하루 남겨 두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며 여러 변수들에 대응해야 했다. 현재 나스닥지수와 다우존스지수는 사상최고가 대비 10% 이상 하락해 조정 국면에 들어섰고 S&P500지수는 고점 대비 9.1% 떨어져 조정장 진입을 눈 앞에 뒀다.
그럼에도 시장에는 바닥 때 나타나는 패닉(공황)성 투매, 즉 투자자들의 항복성 매도인 커피출레이션(capitulation) 조짐은 없다. 미즈호증권의 대니얼 오리건은 이날 거래량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며 "시장에 매수나 매도의 뚜렷한 방향성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의 자금 흐름이 매수와 매도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의 공포지수라 불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도 최근 거의 1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지만 로젠버그 리서치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현재 VIX가 약 31 수준으로 투매 국면을 의미하는 40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특징 중의 하나는 커피출레이션이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월가 일각에서는 증시 바닥이 머지않았다며 저가 매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인 마이크 윌슨은 증시 조정이 마지막 단계에 다가갔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시장의 "표면 아래에서는" 이미 상당한 피해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30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러셀3000지수 내 50% 이상의 종목들이 이미 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침체장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전 고점 대비 10~20% 하락은 조정장, 20% 이상 하락은 침체장이라고 정의한다.
이에따라 S&P500지수의 향후 12개월 순이익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 말 22배를 웃돌던 데서 현재는 20배를 살짝 밑도는 수준으로 12% 하락했다. 윌슨은 이같은 밸류에이션 하락이 2015년과 2023년 조정 때만큼이나 "상당한 수준"인 상황에서 향후 12개월간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은 17%로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밸류에이션 하락과 이익 성장률 확대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과거 사례를 보면 S&P500지수의 이후 6개월간 수익률 중앙값은 10%로 장기 평균 수익률 5%를 넘어섰다.
윌슨은 빅테크 기업들의 밸류에이션도 리스크 대비 기대 수익이 매력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의 선행 PER은 "인기 있는 방어주인 필수 소비재(22배)와 거의 같은 수준인 23배로 거래되고 있는데 향후 이익 성장률은 3배 이상 높다"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의 원유 공급 부족이 가라앉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정상화된다면 재량 소비재와 금융, 단기 사이클의 산업재 섹터가 초과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윌슨은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면 증시는 하락 압력을 받는다며 시장의 금리 인상 전망이 올라가는 것이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그는 10년물 국채수익률 4.5%가 주식의 밸류에이션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는 기준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유가 상승에도 금리 인상을 사실상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을 시사한 파월 의장의 30일 발언과 국채수익률 하락은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안도감을 준다.
윌슨은 "우리는 현재 증시가 지난해 4월 (상호관세 충격 때) 저점에서 시작된 강세장 내에서의 조정이라고 확신한다"며 "우리의 분석 결과 이미 조정은 기간뿐만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상당히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유가 상승에도 경제 전망이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증시 반등의 기대감을 높인다. 시포트 리서치 파트너스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조너선 골럽은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국가 금융여건지수가 역사적 평균보다 완화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자금 융통이 원활하다는 의미로 경제 성장을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의 이란 전쟁에도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을 뿐이다.
에버코어 ISI의 경영 이사인 줄리안 이매뉴얼도 이날 CNBC에 출연해 "우리가 (시장에) 자본 투입을 원할 수 있는 변곡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 유예 조치가 끝나는 다음주 월요일(4월6일)이 유가와 주식시장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봤다.
이 때 이란 전쟁의 운명에 따라 주식시장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주식 강세 시나리오는 오로지 유가가 떨어지느냐에 달렸다"며 유가가 현재 수준에 30~45일을 더 머무른다면 경제와 시장에 지속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매뉴얼은 S&P500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3% 더 떨어진 6150으로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이 경우 자본을 더 투입할 "매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4월에도 관세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도달했을 때 매수를 추천했다.
이매뉴얼은 미국 증시가 다시 사상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며 최근 주가 흐름이 부진한 AI(인공지능) 수혜주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업들은 경기가 둔화돼도 이익 흐름이 안정적인데다 현재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의견이다.
한편, 31일에는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에 미국 경제의 노동력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지난 2월 구인 규모와 이란 전쟁이 소비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할 수 있는 3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발표된다. 장 마감 후에는 나이키가 실적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