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보기보다 더 비싼 이유 '셋'…안일한 저가매수 경고등[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4.07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가 이란 전쟁을 계기로 사상최고가에 비해 10% 안팎으로 떨어졌지만 저가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미국 증시가 보기보다 더 비쌀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미국 증시가 최근의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온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 축소와 역 부의 효과 가능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등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비쌀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S&P500지수 밸류에이션 추이/그래픽=이지혜
①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 축소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미국 증시는 지난 3월 이후 약세를 보였지만 S&P500 기업들의 올해 이익 전망치는 최근 전년 대비 17% 성장으로 오히려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치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 20년간 평균 PER 대비 약 20% 높은 것이지만 적절한 수준의 프리미엄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S&P500지수의 선행 주가잉여현금흐름(=P/FCF) 비율은 27.4배로 지난 20년간 평균 대비 약 37% 높다. 이 정도의 프리미엄은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익과 잉여현금흐름 모두 기업이 벌어들인 돈에서 비용을 제한 것이다. 차이는 데이터센터나 장비 등에 쓰는 설비투자(자본지출) 비용의 처리 방식이다. 이익은 이미 설비투자가 지출됐어도 한꺼번에 비용으로 제하지 않고 구입한 장비 등의 예상 사용연한에 맞춰 몇 년에 나눠 제한다.

반면 잉여현금흐름은 이미 이뤄진 지출이라면 설비투자라도 한꺼번에 다 제한다. 잉여현금흐름은 재무제표에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 전액을 차감해 구할 수 있다.

이익과 잉여현금흐름의 차이는 통상 크지 않아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최근 AI(인공지능)에 대한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주목받고 있다. S&P500 기업들은 올해 2조8000억달러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데 잉여현금흐름은 이보다 9000억달러가 적은 1조90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첫째, 기업들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자본지출을 늘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2년 전만 해도 9명의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의 2026년 잉여현금흐름을 평균 1050억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역사상 애플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정도만 달성한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현재는 아마존이 올해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110억달러의 기존 현금을 써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익과 잉여현금흐름의 차이가 지금 중요한 두번째 이유는 AI에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 비용을 재무제표에 수년에 걸쳐 나눠 반영하지만 AI 설비투자로 돈을 버는 엔비디아 같은 기업은 이익을 즉각 반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 기업들의 이익은 AI에 대한 비용이 수익에 비해 과소 평가되면서 부풀려져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이익보다 잉여현금흐름이 더 공정하게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② 역 부의 효과 가능성

현재 미국 기업들의 평균 이익률은 약 12%에 달한다. 2000년까지 평균 이익률이 5.3%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개선이다. 이는 1980년대 이후 경제에서 중후장대 산업의 비중이 줄고 기술 비중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몇 가지 신호가 현재의 높은 기업 이익률이 유지될 수 있을지 경계심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그 중 하나는 국내총소득(GDI)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노동자의 몫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곧 기업의 소비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자의 소득 비중이 줄어 소득이 비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 소비자 지출이 위축될 수도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 미국 경제를 K자형으로 분석한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소수의 고소득층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소득층의 소비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면 현재 기업 이익은 부의 효과에 의해 강화되고 있을 수 있다. 부의 효과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올라갈 때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S&P500지수는 지난 10년간 273% 상승하며 연평균 14%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기 전 장기 연평균 수익률인 10%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미국 주택 가격을 보여주는 케이스-실러 지수는 지난 10년간 87% 상승해 연평균 약 6.5% 올랐다. 주택의 정상적인 수익률은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3.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값도 적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해온 것이다.

현재 기업 이익의 일정 수준이 이같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면 이익이 부풀려지며 PER이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주식과 주택 등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역 부의 효과가 나타나 기업 이익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③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미국 정부는 2000년까지 4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평균 2% 수준의 재정적자를 내왔다. 올해는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가 5.8%로 늘어나고 향후 10년 내에 6.7%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재정적자는 국가 부채로 쌓인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에 대한 경고는 오랫동안 계속돼 왔지만 별 문제 없이 지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 문제가 경제에 타격을 미칠 수 있는 임계점에 거의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미국의 사회보장기금이 2032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32년이 되면 사회보장연금 지급액을 줄이거나 세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 둘째는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금리가 최근 몇 년새 명목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미국 부채에 대한 이자율이 앞으로도 계속 경제성장률을 앞서면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부채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대규모 재정적자는 경기 부양 효과를 낸다. 그간 재정적자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려 기업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면 이 역시 PER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 지출을 삭감하거나 세금을 올리면 반대로 기업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 기업의 세금은 이익의 20% 수준으로 2000년까지 40년 평균인 35%에 비해 크게 낮다.

다만 밸류에이션은 단기적인 증시 방향을 예측하는 좋은 지표는 아니다. PER이 높아도 증시는 더 비싸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밸류에이션은 증시의 향후 10년 수익률에 대해선 상당히 정확한 예측력을 보여왔다.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보기보다 더 높다면 이는 향후 10년간 주식의 수익률이 저조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미국 증시가 하락했다고 무분별하게 저가 매수에 나서지 말고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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