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마주했지만… 핵포기·호르무즈 장벽 못 넘었다

정혜인 기자
2026.04.13 04:05

美·이란 협상 결렬
'불안정 휴전' 지속

미국 이란 종전 협상 주요 쟁점. /그래픽=최헌정

11일(현지시간) 오후에 시작된 종전협상은 반세기 만에 성사된 미국과 이란의 최고위급 대면회담으로 국제사회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양국 협상단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핵심쟁점에 대한 간극을 재확인하고 각자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21시간의 격론, '핵'에 막힌 종전

양측은 11~12일에 걸친 21시간 마라톤 협상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및 안전보장 등의 핵심쟁점을 다뤘으나 팽팽히 맞섰다. 그중 핵심쟁점은 '핵' 문제였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협상을 마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명시적인 핵 포기 약속이 없었다"며 결렬책임을 이란에 돌렸다. 이어 추가협상 없이 귀국하겠다고 밝힌 뒤 기자회견 종료 약 30분 만에 현지를 떠났다.

미국은 이번 협상을 단순한 적대행위 중단을 넘어 트럼프 2기 주요 과제인 '이란 핵 봉쇄'의 기회로 삼으려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이란핵합의(JCPOA)의 일방적 탈퇴를 선언했던 미국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오만, 카타르 등 중재국을 통해 이란과의 핵 협상재개를 추진해왔다.

미국은 쟁점으로 '핵'만 언급했지만 이란은 "2~3개 사항에서 이견이 있었다"며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결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TV는 "이란 협상단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방식을 시도했지만 미국의 지나친 요구와 비합리적인 조건 때문에 회담이 진전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와 가까운 한 분석가는 SNS(소셜미디어)에 "미국이 △우라늄 농축 전면중단 △이란에 비축된 약 400㎏ 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 △호르무즈해협 안보를 미국 조건에 따라 단독관리하는 방안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서두르지 않을 듯"

양측 모두 협상 자체를 포기하진 않았다. 미국과 이란의 최고위층이 직접 만나 서로의 요구사항을 털어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인 것은 이례적이다. 단 핵심쟁점에서 입장차가 컸던 만큼 협상재개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휴전 및 협상 기간으로 2주는 너무 짧아 연장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핵 포기'라는 핵심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현재 제시된 방안을 이란이 수용하는지가 관건이라 밝혔다. 반면 이란은 주권과 안보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협상의 진전은 '핵 문제'에 대한 절충 여부에 달렸다. 동시에 호르무즈해협, 제재해제, 전쟁배상 등 부수 쟁점에서도 상호 양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교착상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전 미 국무부 중동협상 담당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란은 여전히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 중이고 지리적 이점을 무기화해 호르무즈해협을 통제·관리하고 있다"며 "이란이 미국보다 더 많은 협상 카드를 쥐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은 양보를 서두를 기색이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전세계 국가들을 위한 호의로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을 수혜국으로 거론하고 "이들은 이 작업을 스스로 수행할 용기나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한 기뢰 위치를 모두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뢰 제거능력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을 신속히 개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란측은 기존 항로를 우회해야 하는 좁은 안전항로의 지도를 공개했다. 기존 항로 영역에 기뢰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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