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줄거리와 주요 장면을 상세히 설명한 이른바 '스포일러 기사'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일본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일본 NHK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이트 운영자 A씨(39)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0만엔(약 93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외부 필진을 고용해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세세하게 정리한 글을 게시하고, 이를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사만 읽어도 작품의 전개를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로 인해 2023년 한 해에만 약 3800만엔(약 3억5357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영화 내용을 글로 옮긴 행위가 저작권법상 '각색(번안)'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문제가 된 게시물에는 영화 '고질라-1.0'과 애니메이션 '오버로드 Ⅲ-지배자의 우울' 등 작품의 전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히 서술하고, 일부 대사를 그대로 옮긴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원작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돼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징역형을 구형했다. 반면 A씨 측은 "텍스트로는 영상미나 연출 등 핵심 요소를 전달할 수 없어 단순 줄거리 소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영화 전개를 상세히 기술한 글은 원작의 본질적 특징을 유지한 새로운 저작물로, 번안(각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분량과 내용이 원작 감상과 유사한 수준으로, 단순 감상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콘텐츠의 가치를 이용한 행위는 문화 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소설 형태로 각색할 경우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과 사용료 지급이 필요하다. 이번 사례는 이러한 절차 없이 콘텐츠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앞서 일본에서는 2021년 영상 일부를 편집해 10분 내외로 요약한 '패스트 무비' 운영자들 역시 저작권 침해로 처벌받은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영상뿐 아니라 텍스트 형태의 상세 줄거리 역시 법적 책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