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미군감축 방침과 관세인상 조치를 밝히면서 이란전쟁에 비협조적인 국가에 대한 보복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을 일으킨 후 도움을 주지 않은 동맹국들을 향해 여러 차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을 언급한 적도 있어 주목된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에게 "우리는 (독일 주둔 미군을) 대폭 감축할 것"이라며 "5000명보다 훨씬 많이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부(국방부)는 전날 "유럽 내 미군의 태세와 현황을 분석한 결과 독일 주둔 미군을 5000명 감축하기로 했다. 미군 철수는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완료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대통령이 그 규모를 키울 가능성을 말한 것이다. 독일 주둔 미군은 지난해 12월 기준 약 3만6000명이다.
이와 관련, 독일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DPA통신과 인터뷰에서 "유럽, 특히 독일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우리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면서도 "(미국의) 부분적 병력철수 초지는 이미 예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 언론은 독일과 유럽이 미국의 감축발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미국의 이번 감축발표가 이란전쟁과 관련해 유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에서 비롯됐고 독일이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견해달라는 요청 및 미국·이스라엘 항공기가 유럽 내 일부 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사실상 거절한데 대해 공개적으로 수차례 불만을 표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독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 정부의 전세계 미군배치 재검토의 일환으로 독일 주재 미군감축도 수개월 전부터 논의됐지만 발표 시점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발언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상당히 앞당겨졌다"고 전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달 27일 독일의 한 고등학교 연설에서 미국이 전략도 없이 이란전쟁을 시작해 굴욕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보복성 움직임은 독일 주둔 미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하루 전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이란전쟁에 비협조적이거나 비판적인 유럽국가에 주둔한 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유럽연합(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완전히 합의한 무역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번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승용차와 트럭에 대해 EU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관세율은 25%로 오를 것"(기존 합의 관세율은 15%)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EU와 함께 군함파견을 요청한 한국, 일본도 적극적으로 화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보복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유럽과 미국에서는 모두 이번 미군감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X에 "대서양 공동체에 가해지는 가장 큰 위협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현재진행 중인 우리 연합의 붕괴"라며 "우리는 이런 재앙적인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상원 군사위원장 로저 위커 의원과 하원 군사위원장 마이크 로저스 의원은 공동성명을 통해 "유럽 내 미국의 전방배치 권력이 완전히 확충되기 전에 성급하게 병력을 줄이는 것은 억지력을 약화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위험이 있다"며 "(이번 감축결정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