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창립자 테드 터너 별세…트럼프 "위대한 거장이자 내 친구"

정혜인 기자
2026.05.07 08:14

세계 최초 24시간 뉴스채널 CNN 설립…
미디어계 혁신가이자 자선사업가로 평가,
직설적인 화법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트럼프, 애도 표하면서도 CNN 비판 이어가

세계 최초 24시간 뉴스 채널 CNN 창립자 테드 터너가 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7세 /AFPBBNews=뉴스1

미국 CNN 창립자 테드 터너가 별세했다. 향년 87세.

6일(현지시간) 터너 엔터프라이즈는 터너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의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는 2018년 진행성 뇌 질환인 루이소체 치매를 진단받았다. 지난해에는 폐렴 증세로 입원해 치료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5명의 자녀와 14명의 손주, 2명의 증손주가 있다.

CNN 월드와이드의 마크 톰슨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는 성명을 통해 "테드는 열정적으로 헌신했던 리더였다. 용감하고, 두려움이 없었고, 늘 자신의 직감과 판단을 믿고 밀어붙일 준비가 됐던 인물"이라며 "그는 CNN의 정신 그 자체였고, 우리는 그의 업적 위에 서 있다. 오늘 우리는 그의 삶과 (그가) 세계에 끼친 영향을 기를 것"이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애도의 메시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역대 최고 인물 중 하나인 테드 터너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방송사의 위대한 거장이자 나의 친구였다"며 애도했다. 다만 그는 "현재 CNN은 터너의 철학과는 동떨어진 '워크(woke·깨어있는 척하는)' 성향의 매체가 됐다"며 CNN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CNN은 오랫동안 갈등 관계를 보이며 대립해 왔다. 지난 2022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CNN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지난해에는 '이민단속 회피 앱' 관련 CNN 기사를 문제삼은 형사 기소를 검토하기도 했다.

1995년 9월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타임워너와 터너 브로드캐스팅 간의 계약 발표 기자회견 중 테드 터너(왼쪽)와 당시 타임워너 CEO(최고경영자) 제럴드 레빈이 악수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미디어계 혁신가 겸 자선 사업가' 터너, '폭스뉴스' 머독과 오랜 앙숙

터너는 세계 최초로 24시간 뉴스 전문 케이블 네트워크 CNN을 설립하며 TV 뉴스에 혁명을 일으킨 미디어계 혁신가이자 자선 사업가로 평가받는다.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난 터너는 24세에 젊은 나이로 아버지의 대형 옥외광고 회사 '터너 아웃도어 애드버타이징'을 물려받으며 미디어 업계에 합류했다. 그는 1970년 애틀랜타 TV 방송국 채널17을 인수하면서 미디어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채널17 인수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저비용 24시간 편성 전략으로 수익성을 확보했다. 1976년에는 채널17을 위성 방송으로 만들어 전국 케이블 가입자로 접점을 늘렸다. 이는 케이블 TV의 최초 슈퍼스테이션(지역 방송국이 위성을 통해 전국으로 방송) 사례로 꼽힌다.

터너는 1980년 CNN 설립을 시작으로 TCM, 카툰네트워크 등을 출범시키며 미국 케이블 방송 제국을 일궜다. 그는 CNN 출범 때 낮은 급여에도 모험을 꿈꾸는 기자와 기술진을 모집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런 CNN을 두고 '치킨 누들 네트워크'(비실비실한 네트워크)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1991년 걸프전 당시 CNN의 전쟁 상황 생중계로 24시간 뉴스채널의 위상이 급격하게 높아졌고, CNN은 전쟁, 재판, 혁명, 재난 보도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해 터너는 시사주간지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터너는 1996년 타임워너에 75억달러(약 11조원)를 받고 네트워크 사업을 매각한 뒤 타임워너의 부회장으로 지내면서 케이블 뉴스 사업을 총괄했고, 2003년 사임했다. 사임 후 터너는 최근까지 자선사업가로 활동했다. 환경, 자선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그는 1997년 유엔에 10억달러를 기부했고, 이후 유엔재단이 설립됐다. 그는 터너 재단을 통해 환경 단체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고, 청정에너지에도 투자했다.

젊은 시절 터너는 악동과 같은 대담한 성격과 직설적인 화법으로 '남부의 입'(Mouth of the South), '캡틴 아웃레이지어스'(Captain Outrageous), '테러블 테드'(Terrible Ted) 등으로 불렸다. 그는 재의 수요일 표식을 한 직원들을 "예수 광신자"로 불러 가톨릭교회의 반발을 샀고, 독일인들에게는 2차례 세계대전에서 패배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터너는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과 오랜 앙숙 관계이기도 했다. 요트 선수로도 활동했던 터너는 1983년 요트 경주 중 충돌 사고로 머독에게 주먹다짐을 제안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1996년 머독이 CNN을 겨냥해 폭스뉴스를 만들자 그를 전쟁광, 히틀러 등에 비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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