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항해하던 초호화 크루즈(MV 혼디우스호) 승객들 사이에서 한타바이러스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선실 가격이 1인당 최대 2만2000유로(약 3750만원)에 달하는 이 배에는 승객과 승무원 총 140여 명이 탑승했다. 각 보건당국은 MV 혼디우스에 탑승했던 모든 승객의 행방을 추적중이다. 이들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의 경로도 추적하며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MV 혼디우스 크루즈선과 관련된 8건의 바이러스 감염 의심 사례 중 확진받은 사람은 총 5명이다. 이중 사망자는 독일인 한 명과 네덜란드 부부 등 총 3명이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설치류에 의해 전파되나 변종인 '안데스 바이러스'의 경우 드물게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커진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들은 이달 초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전에 하선한 사람들을 비롯해 이후 밀접 접촉자들을 추적중이다. 크루즈선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발견되기 전인 지난달 24일, 승객 30여명은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에 하선했다. 이들의 국적은 미국, 캐나다, 영국, 스위스, 터키, 싱가포르 등 12개국 이상이다. 이중 7명은 영국, 6명은 미국 시민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중이며 현재로선 자국민들의 위험은 낮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한타바이러스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인들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답했다. 바이러스 관련 보고서는 오는 9일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인 부부는 해당 크루즈선 탑승객 중 첫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망자다. 이들은 남미를 여행한 후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MV 혼디우스호에 탑승했다. 지난달 11일 남편이 사망한 뒤 아내는 24일 세인트헬레나섬에서 하선, 비행기를 타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했다. 이후 2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여객기에 잠시 탑승했으나 승무원들의 저지로 내렸고 다음날인 26일 사망했다. 외신에 따르면 그녀와 접촉했던 KLM 승무원이 한타바이러스 증상을 보여 암스테르담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5일에는 세 명의 환자가 선박에서 후송됐다. 가이드를 포함한 두 명은 네덜란드 병원에 입원했고, 다른 한 명은 치료를 위해 독일로 이송됐다. 이밖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거나 알려진 사람들은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남아프리카 등에서 치료 또는 격리중이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감염된 설치류에서 전파되는 희귀 호흡기 질환으로 호흡기 질환과 심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백신도 없고 알려진 치료법도 없다. WHO는 이번 한타바이러스는 변종 안데스 바이러스로 드물게 인간 사이에서 전파될 수 있지만 코로나19 보다 전염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WHO는 안데스 변종의 잠복기가 최대 6주에 달하기 때문에 확진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각국에서 공중보건 조치가 시행된다면 감염 확산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했다. 마리아 밴 커코브 WHO 유행병관리국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코로나19와는 매우 다른 바이러스"라며 "6년 전 우리가 겪었던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는 다르다"고 언급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엑스(X·옛 트위터)에 "현 단계로선 공공 보건 위험이 여전히 낮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항사와 협력해 승객과 승무원의 건강을 면밀히 관찰중이며 각국 당국과 협력해 승객 및 이미 하선한 승객들에 대한 의료 모니터링 및 후속 조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크루즈선은 공중보건 우려로 서아프리카 카보베르데가 입항을 금지, 한 달 가까이 해상에 머물러 왔다. 이후 스페인 중앙정부가 스페인령인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로 입항을 허용했다. WHO는 선박에 남아 있는 수십 명의 승객들이 오는 9일 하선해 귀국할 때를 대비해 단계별 지침을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