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계스포츠 단체의 수장이 회의 도중 한국인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매체 슬로우 뉴스는 기타노 다카히로 일본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 연맹 회장이 임원 회의에서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하고, 한국인 비하를 포함한 인종차별적 표현을 쓰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문제 발언은 지난 2월 일본 봅슬레이 남자 대표팀이 연맹 측 행정 실수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놓친 직후 열린 대책 회의에서 나왔다.
당시 전력 강화 담당 이사였던 A씨가 단체와 선수에 대한 지원 체계 개선을 제안하자 기타노 회장은 폭언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청문회는 당신의 반성을 듣고 싶은 자리"라며 "당신은 아무것도 분석하지 못했고 계획도 없었다"라고 몰아붙였다.
이어 "결과를 보고 분석하는 건 바보나 조센징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한국인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임원들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어 원문에 등장한 '쵼'(チョン)은 한국인과 조선인을 모욕하는 차별적 용어다. 이에 대해 매체도 "한국과 조선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타노 회장의 한국 혐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사건 피해자인 A씨는 대학에서 스포츠 과학을 가르치는 전문가로, 당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계 강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으나 기타노 회장이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한국 원정에 반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일본 봅슬레이 대표팀은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매년 진행하던 유럽 원정과 합숙을 포기했다. 당시 대안으로 한국에서 합숙을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기타노 회장이 반대해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기타노 회장은 지난달 2018평창기념재단에 방문해 평창슬라이딩센터 활용과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연맹 관계자들 증언에 따르면 그는 평소 "한국은 신용할 수 없다"며 협력 제안을 거절해 왔다. 선수들에게는 "회장이 한국을 싫어해서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해야 했다.
기타노 회장은 2012년 취임 이후 14년째 연맹 회장직을 맡고 있다. 연맹 규정상 임기 상한인 12년을 넘겼음에도 공식적인 해명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부회장도 역임 중이다.
일본 스포츠계 전문가들은 "아시아 동계 스포츠 발전에 기여해 온 JOC 역사에 반하는 행위"라며 "올림픽 출전 실패라는 연맹 실책에 대해 수장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차별 발언으로 조직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연맹과 JOC에 공식 해명을 요구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