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연구진과 세계보건기구(WHO) 사이 직접 소통을 금지해 미국이 국제 전염병 대응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금지 조치는 한타바이러스, 에볼라 감염 사태 등으로 미국의 국제 공중보건 역량 축소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시행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 CNN은 복수의 소식통 등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NIAID 소속 연구원과 WHO 간 직접 소통을 차단하는 지침을 내렸고 해당 지침은 일부 미국인에게 노출된 한타바이러스 확산 당시 시행됐다"며 "최근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사태 여파로 '소통 차단' 조치가 일부 완화했지만 NIAID와 WHO 간 소통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NIAID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증(AIDS)·코로나19 등 공중보건 비상사태의 치료제 개발을 감독해 온 곳이다.
CNN은 "NIAID 고위 관계자가 지난 18일 발송한 내부 이메일 공지에 따르면 현재 NIAID 관계자 일부만 WHO의 화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발언권 없이 듣기만 하는 '청취 자격'으로만 참여한다"며 "또 WHO 회의 이후 모든 후속 조치는 NIAID의 상위 기관인 보건복지부(HHS)에서 처리하게 된다"고 전했다.
NIAID는 이메일 공지에서 "에볼라 감염 사태에 대한 대응도 한타바이러스 때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으로, 최대 3명 이하의 전문가 소규모 그룹을 구성해 (WHO 회의에) 참여시킬 것"이라며 "정당한 연구 질문이나 대응책 테스트 관련 아이디어가 있다면 적절한 지휘 체계를 통해 보고하면 된다"고 알렸다. WHO 주도 회의에 참석하는 미국 전문가 인력을 최대 3명으로 제한하고, 관련 회의에 대한 의견을 WHO에 직접 전달하지 말고 내부에 보고하면 보건복지부가 WHO와 공유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현직 보건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제한 조치는 국제 보건 당국과의 신속한 협력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관리는 "WHO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응 과정에서 '전례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WHO 탈퇴를 선언하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과 인력을 대폭 줄이는 등 국제 공중보건 대응 참여를 축소했다. CNN은 "미국의 WHO 탈퇴는 국제적 비판 대상이 됐고, 현재 미국 보건 기관 상당수가 임시 수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트럼프 2기 출범 후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공중보건 대응 위기가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NIAID 소장 자리도 현재 공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앞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민주콩고에서 활동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의 본국 이송을 거부해 결국 독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CDC 등은 미국 내 생물 격리 시설 치료를 제안했지만, 백악관 내부에선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에볼라 감염 환자의 귀환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