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몸값 무려 3000조" 세기의 IPO...AI 거품론 잠재울까

양성희 기자, 조한송 기자, 정혜인 기자
2026.05.27 05:30

[스페이스X, 세기의 IPO] (上)

3000조짜리 기업, 인류 첫 '조만장자'…머스크의 사상최대 IPO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있는 한 건물에 스페이스X의 로고가 붙어 있다. /사진=케이프 커내버럴(미 플로리다주)=AP/뉴시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계획이 베일을 벗으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조달금액만 800억달러 가량(약 122조원), 상장 후 기업가치는 1조7500억달러~2조달러(약 2660조~3038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IPO다.

그뿐 아니라 오픈AI·앤트로픽 등 연내 이어질 AI(인공지능) 빅테크 상장의 신호탄 격으로, 자본시장에 번진 AI거품론을 잠재울 수 있다. 무엇보다 스페이스X는 미지의 영역이던 우주를 사업무대로 한다.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해외는 물론 국내 AI 및 우주개발 산업에 대한 투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25일 외신을 종합하면 스페이스X는 다음달 4일부터 투자자 로드쇼를 진행한 뒤 이르면 같은 달 12일 나스닥에 상장할 방침이다. 당초보다 목표 일정이 앞당겨졌다. 종목명은 'SPCX'다. 스페이스X가 IPO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800억달러 이상 조달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이 경우 2019년 사상 최대 IPO 기록을 세운 사우디아라비아 정유기업 아람코가 조달한 256억달러(약 39조원)를 크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베일 벗은 스페이스X IPO/그래픽=임종철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IPO를 위한 투자설명서(S-1)에는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화성 정착촌 건설 등 장기 비전을 담았다.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비롯한 재무 상태와 머스크의 의결권 85.1% 장악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도 공개했다.

사상 최대 IPO가 예상되는 만큼 주관사 선정 작업도 어느때보다 치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IPO 서류상 가장 왼쪽(lead left)에 이름을 올려 사실상 대표 주관사를 맡게 됐다. 대표 주관사는 상장 이후에도 대출, 자산관리, 자문 등으로 스페이스X와 거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이어 모간스탠리가 두 번째로 기재됐다. 주관사로 선정된 은행들은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의 수수료를 챙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골드만삭스가 가장 큰 몫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을 시작으로 초대형 IPO가 줄줄이 예고됐다. 오픈AI는 오는 9월 상장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고 앤트로픽도 연내 IPO를 준비 중이다. 이 때문에 스페이스X IPO가 AI(인공지능) 거품론을 잠재울 분기점이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스페이스X는 막대한 손실을 무릅쓰고 AI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의 AI 스타트기업 xAI를 품으며 AI 인프라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전문가 말을 빌려 스페이스X의 사업 모델이 독보적이기에 스페이스X의 IPO 성공이 다른 AI 기업의 IPO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스페이스X 올 1분기 매출은 46억9000만달러(약 7조10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17% 늘었지만 같은기간 순손실은 42억8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순손실이 5억2800만달러(약 8000억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적자 규모가 8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연간 실적을 보면 매출은 186억7000만달러(약 28조4000억원)로 전년과 비교해 33% 증가했지만 49억4000만달러(약 7조5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현재 매출 대부분은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에서 발생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지난해 약 114억달러(약 17조3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숫자로 보는 스페이스X 상장의 'A to X'

② 의결권 보유 지분부터 상장 후 기업가치까지 '역대급'

숫자로 보는 스페이스X 상장의 'A to X'/그래픽=김현정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다음달 기업 공개를 앞두고 기업의 재무 현황, 수익 구조, 그리고 의결권 구조 등을 공개했다. 전세계가 처음 공개되는 스페이스X의 경영 현황을 주목하는 가운데 주요 내용을 숫자로 풀어봤다.

85.1%: 먼저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에 따르면 머스크는 회사 전체 의결권의 85.1%를 장악중이다. 머스크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스페이스X 내 '클래스 A' 주식의 12.3%, '클래스 B' 주식의 93.6%를 보유중이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발행되는 클래스 A 주식은 1주당 의결권 1개를 부여받는다. 반면 창업자인 머스크와 소수 내부 관계자들이 갖는 클래스 B 주식은 주당 의결권 10개가 주어진다.이들 주식에서 나온 의결권을 합한 수치가 전체의 85.1%다. 상장 후에도 자신의 독점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이에 총 1조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는 미국 공공연금 기금들은 스페이스X에 공동 서한을 보내 지배구조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47억달러:47억달러(약 7조1000억원)로 집계됐다. 매출 대부분은 '스타링크' 등 위성통신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 약 1만기를 통해 전 세계 150개국·지역 1000만명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연간 44억달러(약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스타링크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산하 xAI 부문에서 적자가 발생하면서 스페이스X는 1분기 영업손실로 19억4300만달러(약 2조9400억원)를 기록했다.

12억5000만달러: 그러나 희망적인 신호도 있다. 스페이스X가 xAI의 경쟁사인 앤트로픽으로부터 데이터센터 사용료로 매월 12억50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단 계약이 공개되면서다. 두 회사 간 계약은 2029년 5월까지 3년이다. 스페이스X가 AI 임대업자로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구조를 보여준 셈이다.

28조5000억달러: 스페이스X는 투자설명서에서 미래 성장 전략도 함께 공개했다. 스페이스X는 자사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체 시장 규모(TAM)를 확인했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시장 규모는 자그마치 28조5000억달러(약 4경3000조원)다. 기존의 우주 발사 솔루션 시장(3700억달러), 스타링크 초고속 인터넷 및 모바일 연결 시장(1조6000억달러)을 비롯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포함한 규모다.

2조달러: 이러한 구조에 힘입어 스페이스X는 현재 약 1조2500억달러(약 1900조원)로 평가받는 기업가치를 상장 후 2조달러(약 300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회사는 상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목표 기업 가치 규모를 2조달러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머스크는 현재 스페이스X 주식 약 51억 주(전체의 약 41%)를 보유중이다. 포브스는 현재 그의 순자산을 약 8390억달러(약 1270조원)로 추산한다. 스페이스X의 상장만으로도 머스크는 세계 최초의 '1조 달러 자산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머스크도 인정한 스페이스X 리스크…'3030조 IPO'에 그림자

③ 우주쓰레기·AI 적자 및 인재 확보 난항 등 걸림돌, '황제' 머스크의 시간 부족·이해상충 충돌 우려도

일론 머스크/로이터=뉴스1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기대감과 함께 '리스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스페이스X의 투자설명서(S-1)에는 우주 쓰레기 문제, AI(인공지능) 인재 확보 경쟁, 막대한 투자 부담, 머스크 개인 의존 구조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담겼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스페이스X가 단순히 항공우주 기업을 넘어 AI 사업까지 결합한 '머스크의 복합 기업' 형태로 변하고 있다며 "이번 IPO는 스페이스X 자체가 아닌 머스크의 미래 전략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스페이스X의 미래 성장 논리가 스타십(Starship) 개발 성공과 스타링크 확대, AI 사업 확장이 모두 동시에 성공해야 성립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수익원' 스타링크 '우주 혼잡'의 덫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서비스를 위해 저궤도 위성을 대규모로 발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사된 스타링크 위성만 수천기에 달하며 장기적으로는 수만기 규모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문제는 위성이 늘어날수록 충돌 위험 역시 커진다는 사실이다. S-1에 명시된 위험 요인에 따르면 스타링크 위성이 우주 쓰레기 및 타사 위성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감행한 '충돌 회피 기동' 횟수는 지난해 약 30만건으로 전년(20만건) 대비 50% 급증했다.

파편 등 우주 쓰레기에 따른 환경, 비용 문제에다 보험료와 위성 교체 비용, 안전 관련 투자 부담도 커진다. 만약 규제가 강화돼 위성 발사 및 운영이 제한되면 스타링크 사업 성장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스페이스X가 지구 저궤도의 혼잡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주범이자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스페이스X의 차세대 성장 전략 상당수가 스타십 개발 성공을 전제로 하는 것도 문제다. 차세대 초대형 발사체인 스타십 개발이 지연되거나 시험 발사 실패가 반복될 경우 위성 발사 비용 절감과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등 장기 성장 전략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실제 지난 21일 예정됐던 '스타십 V3' 시험발사가 시설 결함으로 하루 연기된 것을 두고 스페이스X의 기술 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스페이스X IPO 주요 리스크/그래픽=임종철

◇AI 적자에 인재난까지…커지는 부담

월가는 스페이스X가 단순 우주기업을 넘어 AI 기업 성격이 강해지는 데 주목한다. 스페이스X가 여전히 항공우주 기업으로 인식되지만 최근 투자 중심은 AI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S-1에도 AI 사업 확대와 데이터센터 구축, AI 인프라 투자 관련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하지만 AI 부문은 여전히 대규모 적자이고 수익 전환 시기가 불투명하다. 수익 전환을 위한 AI 모델 개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최고급 인재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S-1에 "핵심 기술 인재 확보 실패 가능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명시될 정도로 인재 확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픈AI, 앤트로픽 등은 최고급 AI 인재 확보를 위해 수백만 달러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합병한 AI 스타트업 xAI에선 공동 창업자를 포함한 일부 핵심 인력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보카치카 스타베이스에서 스페이스X의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 V3'가 12번째 시험 발사되고 있다. /AP=뉴시스

◇'머스크 리스크' 현실화

머스크 개인의 '시간 부족'과 지배구조 왜곡에 따른 '이해 상충'도 변수도 거론된다. 스페이스X는 투자설명서에 머스크가 경영에 "전적인 시간과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공식 명시했다. 테슬라, xAI, X 등 수많은 기업을 동시 경영하는 수장의 시간적 한계가 위험 요인으로 공식 등재된 것이다.

이에 더해 머스크가 85.1%의 압도적 투표권을 독점하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주주 소송을 제한하는 독소 조항을 넣은 점도 우려 대상이다. 스타링크로 번 돈을 적자 상태인 xAI의 인프라 확충에 쏟아붓고, 테슬라로부터의 매입 거래를 1년 새 36배나 늘리는 등 '머스크 생태계' 내 자금 돌려막기와 내부 거래가 상장 이후 기관 투자자들과 끊임없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거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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