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주 탐사 업체 스페이스X가 이르면 다음달 12일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스페이스X의 투자사, 납품사를 비롯해 국내 우주항공 산업 업체들까지 전방위 호재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이 가시화하면서 관련 우주·항공 부품 공급사 등 밸류체인 기업들의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에 최대 100억달러(약 15조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자극받고 있다.
스페이스X의 1차 벤더로 언급되는 코스닥 상장사인 발사체 소재 기업 스피어는 최근 1년간 321.67% 올랐다. 지난해 7월 스페이스X에 10년간 특수 합금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후 관련주로 엮여 주가 급등세를 나타냈다.
지난 22일 스피어는 전일대비 150원(0.35%) 오른 4만28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3월 17일 5만73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이후 4만원대에 안착했다. 스피어는 기관들의 매수세로 주목받는다. 5월 들어 지난 21일까지 기관들은 스피어 주식 42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스페이스X의 원자재 공급사로 알려진 에이치브이엠도 강세다. 에이치브이엠은 지난 18일 12만7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6월 52주 최저가(2만1700원) 대비 6배 올랐다.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증권 등 스페이스X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금융투자 업체들도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1년동안 미래에셋벤처투자는 1085.19%, 미래에셋증권은 398.85% 각각 급등했다.
미래에셋그룹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스페이스X에 2억780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벤처투자도 지분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스페이스X는 인공지능 기업 xAI와 합병했다. 일론 머스크가 xAI에 추가 투자한 만큼 사업 결합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그룹의 스페이스X 자산 가치도 6000억원 이상으로 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벤처투자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아주IB투자 역시 수혜주로 꼽힌다. 아주IB투자는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구주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IB투자는 지난 19일 1만995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25일 52주 신저가(1913원) 대비 10배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스페이스X 관련 종목들이 선전하면서 개인과 기관 등 여러 수급 주체들이 우주항공 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개인 등 투자자들은 최근 일주일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우주테크' 상장지수펀드(ETF)를 429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어 'PLUS 우주항공&UAM' ETF(391억원), 'SOL 미국우주항공TOP10' ETF(303억원),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273억원), 'KODEX 미국우주항공' ETF(223억원) 등으로 투자금이 순유입됐다.
우주항공에 대한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메자닌 거래에서도 나타났다. 한국항공우주가 발행한 전환사채(CB)는 NH투자증권이 5000억원을 한번에 인수하면서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받았다. NH투자증권이 최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셀다운(지분 재매각)을 실시한 결과, 전량이 매각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자본시장(ECM) 관계자는 "우주항공에 대한 관심이 CB 투자에 대한 기관들의 거래 흥행으로 이어졌다"며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상장에 앞서 다음 달 4일부터 투자자를 대상으로 로드쇼를 시작한다. 스페이스X 상장은 기업가치 1조7500억달러에 총 750억달러(약 113조원)가 투자금으로 유입된 초대형 딜로 평가받는다.
다음 달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공모주 청약 등 스페이스X 투자 방법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미국 우주항공 투자 ETF(상장지수펀드)를 내놓고 있다.
국내에도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참여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는 높은 상황이지만, 사실상 국내 투자자가 공모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투자자들의 공모 참여를 추진했으나 아직도 배정물량이나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이 정해지지 않았다.
NH투자증권 등 일부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공모주 청약 대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서도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참여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공모주 청약의 경우 대부분 기관들에 배정되는 데다, 스페이스X의 경우 대형 기관들이 물량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가 스페이스X 상장 전 투자하는 효과를 누리고 싶다면 현재 스페이스X 지분을 담고 있는 ETF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 ETF인 'XOVR'(티커명)은 SPV(특수목적법인)를 통해 스페이스X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XOVR은 기업가 정신에 입각한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ETF로 스페이스X는 물론 혁신기업의 비상장과 상장 주식을 담고 있다.
또 다른 미국 ETF인 'NASA'도 XOVR과 같은 방식으로 이미 10% 이상 스페이스X의 지분을 확보했다. NASA는 스페이스X와 같은 우주항공 기업을 담은 ETF로 지난 3월 상장한 이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페이스X 상장 전 우주항공 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에 상장된 우주 테마 ETF는 현재 스페이스X를 직접 보유하지 않지만, 상장 추진 과정에서는 관련 종목 주가를 통해 ETF 가격이 먼저 움직일 수 있다"며 "일부 ETF는 수시 리밸런싱을 통해 스페이스X를 편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스페이스X 상장 절차가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잇달아 우주항공 ETF를 출시했다. 지난 3월 이후 출시된 ETF만 4개다. 이 중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KODEX 미국우주항공'은 상품설계 단계부터 스페이스X의 상장을 감안해 만든 ETF다. 삼성자산운용은 지수위원회와 협의해 정기 리밸런싱 시기와 상관없이 신규 종목을 최대 25% 담을 수 있는 특례를 만들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은 액티브 ETF로,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종목 편·출입과 비중조정을 할 수 있다. 또 해당 ETF는 스페이스X 지분을 갖고 있는 에코스타를 포트폴리오 내에 가장 많이 담고 있다. 22일 기준 에코스타 비중은 26.27%에 달한다.
또 'TIGER 미국우주테크', 'SOL 미국우주항공TOP10', 'WON 미국우주항공방산' 등도 미국 우주항공주에 투자한다. 이 중 가장 순자산이 가장 큰 상품은 TIGER 미국우주테크로, 지난 21일 기준 1조3169억원에 달한다. 1개월 수익률(분배금 재투자 기준)도 22일 기준 30.61%로 미국 우주항공 ETF 중 가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