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하루 한 잔도 암·심장병 위험↑"…미국 정부 의뢰 연구 뒤늦게 공개

김평화 기자
2026.06.09 21:47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하루 한 잔 수준의 음주도 건강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미국 정부 의뢰 연구 결과가 뒤늦게 공개됐다. 이 연구는 미국의 새 식이 지침 수립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최종 지침에 구체적으로 반영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알코올 및 약물 연구 저널'에 게재된 연구는 낮은 수준의 음주도 조기 사망과 질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결론냈다. 연구진은 하루 한 잔 수준의 음주에서도 건강 위험이 증가하며, 어떤 수준의 음주도 사망률을 낮추는 보호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른바 '적당한 음주'도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음주는 심장질환과 암을 포함해 200개 이상 질병 위험과 관련이 있으며, 조기 사망 위험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정부가 새 식이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한 2건의 검토 작업 중 하나였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의뢰됐고,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국이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새 식이 지침에는 연구진이 제안한 구체적인 절주 기준이 담기지 않았다.

새 지침은 "전반적인 건강 개선을 위해 알코올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하루 몇 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 보건 당국 내부에서는 남성의 음주 권고량을 하루 2잔에서 1잔으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최종 지침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와 함께 실린 사설에서 전직 보건 당국자 로버트 빈센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알코올 정책이 직면한 과제는 과학적 불확실성이 아니라, 증거가 상업적 이익과 충돌할 때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구를 무시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보건당국은 식이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관련 과학적 근거를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은 미국에서 알코올 규제와 공중보건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다시 키우고 있다. 주류업계와 일부 의회 인사들은 음주 위험을 강조한 연구가 새 지침에 반영될 경우 소비 위축과 산업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반발해왔다.

반면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명확한 경고를 내놨어야 한다고 본다. 연구진은 새 지침이 "술을 줄이라"는 원론적 권고에 그쳤고, 음주의 구체적 위험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적당한 술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도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소량 음주가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최근 연구들은 낮은 수준의 음주도 암과 심장질환,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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