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말을 줄여야 한다."
케빈 워시 미국 연준 신임 의장이 경제 전망을 시장에 제시하는 연준의 기존 소통 방식을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준의 경제 전망은 항상 정확하지 않고, 앞서 내놓은 전망에 맞추느라 스스로 정책 선택 폭을 좁힌다는 워시 의장의 비판의식 때문.
이날 WSJ 보도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지난해 한 투자자 행사에서 연준을 향해 "그만 말하라"며 "말은 줄이고 생각을 더 하라"고 발언했다.
지난해 한 콘퍼런스에서는 "잘 못하는 일은 덜 해야 한다. 연준의 전망들은 형편없었다"고 했다.
워시 의장이 형편없었다고 평한 대상은 코로나 팬데믹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2021년 경제 전망이었다. 연준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금리를 0.0~0.25%까지 인하했다가 2022년부터 금리 인상을 개시, 금리를 5.25~5.5%까지 끌어올렸다.
워시 의장은 "내 점도표도 완벽하지 않을 테니 아예 제출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했다. 점도표는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한 연준 위원들의 적정 금리 의견을 나타내는 도표로, 시장이 향후 금리를 예측하는 중요한 근거로 쓰인다.
WSJ는 워시 의장이 2015년부터 "중앙은행은 신문 1면이 아니라 뒤쪽 경제면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지난 10년 간 연준의 소통 방식을 비판해왔다고 설명했다. 점도표와 연준의 경제전망이 담긴 베이지북, 연준 고위 관계자들의 연설, 언론 인터뷰 등이 시장에 불필요한 정보를 뿌리고 있다는 것.
이런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시장 금리가 출렁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워시 의장의 시각이다. 시장이 시장 논리가 아니라 연준의 경제 전망을 따라 움직이고, 시장 움직임에 연준이 다시 발을 맞추는 것도 모순이라고 워시 의장은 지적한다.
WSJ는 "이번 16~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워시 의장이 점도표에 금리 전망을 표시할지, 기자회견에서 얼마나 말을 아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이러한 비판 견해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 이사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한 것.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와 동시에 정책 결정에 대한 시장 소통 강화 정책을 시행하던 때다. 워시 의장은 이런 양적 완화에 회의를 느껴 2011년 사임했고 버냉키 전 의장이 양적 완화와 소통 정책을 필요 이상으로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시절처럼 내부에서 토론을 끝내고 외부 소통을 줄이기를 바란다.
WSJ는 워시 의장이 연준 채권 보유량을 줄여 시장 유동성을 줄이는 양적 긴축 정책을 시행하려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소통 방식 개선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소통 방식을 금세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소통 방식 변화는 연준 위원 18명이 협조해야 가능하기 때문.
연준 의장이 기업 최고경영자(CEO)처럼 조직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도 변수다. 다른 이사들은 의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없다. 의장만 침묵하고 나머지가 계속 발언하면 의장이 발언권을 잃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동시에 의장은 연준 독립성 논란도 불식시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 인사를 추진하며 신임 의장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을 2%로 안정화한다는 연준 목표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면서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금리가 동결된다는 게 중론이나, 전문가들은 그 이후부터는 금리 인상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금리 인하 또는 동결 결정을 내릴 경우 워시 의장은 논란에 휩싸일 것이고, 워시 의장은 의회 청문회 등에서 직접 설명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점도표가 사라진다면 워시 의장 바람과 달리 시장이 비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의 기준금리 판단을 예측하는 기준 역할을 했던 점도표가 사라진다면 불확실성이 늘어나 채권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
일단 워시 의장은 점진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WSJ은 연준 내부 소식통을 인용, 워시 의장의 조직 개편이 당초 우려보다 부드럽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취임 후 고위 실무진을 교체하지 않았고, 그린스펀부터 버냉키·재닛 옐런·제롬 파월까지 역대 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미셸 스미스에게 직접 잔류를 요청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