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오른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강력한 우승 후보 스페인과 무승부를 기록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스페인의 유효 슈팅을 모두 막아낸 카보베르데 골키퍼의 선방이 빛났다.
카보베르데는 15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H조 1차전 스페인과 득점 없이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1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무적함대' 스페인으로서는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카보베르데에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스페인은 라민 야말, 니코 윌리엄스 등 핵심 공격 자원들을 벤치에 앉히며 로테이션을 시도했다. 백업 멤버 중심의 1.5군으로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계산이었으나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카보베르데의 견고한 밀집 수비에 막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전반 41분 페란 토레스가 골문 바로 앞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슈팅이 골대를 때렸고, 이어진 미켈 오야르사발의 헤더마저 상대 골키퍼 보지냐의 슈퍼 세이브에 걸리며 무득점으로 전반을 마쳤다.
스페인은 후반 26분 부상에서 회복 중인 '에이스' 야말까지 교체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야말은 민첩한 드리블을 앞세워 오른쪽 측면을 흔들며 기회를 엿보았지만 카보베르데의 끈질긴 밀착 마크에 가로막혀 문전으로 공을 투입하는 데 애를 먹었다. 경기 막판 다니 올모와 윌리엄스까지 추가로 투입하며 총공세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반전은 없었다. 오히려 후반 막판에는 카보베르데가 스페인의 높은 수비 라인의 배후 공간을 노리며 날카로운 역습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날 스페인은 무려 27개의 슈팅을 퍼붓고도 유효 슈팅은 단 7개에 그쳤고, 결국 단 한 골도 터뜨리지 못한 채 극심한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반면 인구 52만명의 서아프리카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스페인과의 무승부로 승점을 확보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해외 매체들은 '기적'이라며 카보베르데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카보베르데 선수들은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후 서로 끌어안으며 환호했다. 특히 신들린 연속 선방쇼를 선보인 골키퍼 보지냐를 향해 박수 갈채를 보냈다. 보지냐는 경기 종료 후 자신을 키워준 조부모와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보지냐 가족들은 현장에서 그의 활약을 보지 못했는데, 조부모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미국 입국 비자 준비 비용이 없어 입국하지 못했다. 카보베르데 국민들은 최대 1만5000달러(약 2260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내야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이었다. 이후 월드컵 티켓 구매자들에 한해 비자 보증금을 면제하겠다며 일시적 조건을 내걸었지만 팬들 사이에서 이미 늦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불혹의 나이로 월드컵에 나온 보지냐는 일약 월드컵 스타덤에 올랐다. 스페인과의 경기 전 약 5만명 수준에 머물렀던 보지냐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약 80배 늘어난 400만명에 달한다. 축구 팬들은 "인간 벽이다", "정말 놀라운 경기였다", "브라질 축구팀으로 와라" 등 찬사를 보냈다.
보지냐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 그리고 모든 카보베르데 국민이 무척 자랑스럽고 행복한 심정일 것"이라며 "우리는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한편 카보베르데는 빅클럽 출신은커녕 국제 무대에 이름이 알려진 선수조차 없어 퀴라소와 함께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힌다. 퀴라소는 강력한 우승 후보인 독일을 만나 1대 7로 대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