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여파에 경기 침체 10년새 6명, 英총리 잔혹사

정혜인 기자
2026.06.24 04:00

평균 임기 2~3년으로 단축
차기 유력주자에 앤디 버넘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영국 총리/그래픽=김다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사임키로 하면서 영국이 10년 새 7번째 총리를 맞게 됐다. 한때 의회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불린 영국이 어쩌다 정치 불안국이 됐을까. 외신과 전문가들은 단순히 정치인의 실패가 아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유증과 경기침체, 정당체제의 균열이 복합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가장 먼저 손꼽히는 원인은 '브렉시트 후유증'이다. 2016년 국민투표 가결 이후 영국의 모든 행정력과 정치적 에너지가 EU와의 결별조건을 협상하는데 투입됐고 국가의 구조적 개혁과 장기적 비전설정은 뒤로 밀렸다. 브렉시트 여파로 노동당-보수당 양당체제에도 균열이 생겨 나이젤 패라지 등이 이끄는 포퓰리즘 정당이 급부상해 정치적 극단화를 부추겼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경기침체다.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비대한 금융서비스부문의 타격으로 다른 선진국보다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이어지면서 국가부채가 GDP의 약 100%에 달할 정도로 불어났다.

영국 경제가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민생회복에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로 추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하원 과반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 의원내각제도 임기축소를 쉽게 만든다. 총리는 집권당과 의회의 신뢰를 얻으면 임기를 길게 가져갈 수 있지만 반대로 신뢰를 잃으면 일찍 물러날 수도 있다. 브렉시트 이전에 총리의 평균임기가 약 5년이었으나 브렉시트 이후엔 2~3년 수준으로 짧아졌다. 특히 찰스 3세 시대의 첫 총리인 리즈 트러스는 2022년 감세안 파동, 금융시장 혼란의 여파로 단 49일 만에 물러나 역대 최단 총리로 기록됐다. 영국 싱크탱크인 정부연구소의 해나 화이트 소장은 "브렉시트 과정을 거치면서 의원들은 특정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동맹을 구축하는데 익숙해졌다"고 짚었다.

스타머 총리는 2024년 7월 총선압승으로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20% 안팎의 낮은 지지도와 국정·당 의제설정 및 실행능력 부족 등으로 취임 약 1년11개월 만인 22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했다.

그의 후임으로 유력한 인물은 지난 19일 보궐선거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앤디 버넘 전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이다. 23일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선 버넘이 총리가 될 확률을 97%로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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