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중동 전쟁' 청구서

[우보세] '중동 전쟁' 청구서

세종=박광범 기자
2026.06.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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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2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중재국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4자 회담이 열리는 스위스 슈탄스스타트의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슈탄스스타트 로이터=뉴스1)
2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중재국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4자 회담이 열리는 스위스 슈탄스스타트의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슈탄스스타트 로이터=뉴스1)

세계경제를 100일 넘게 불확실성의 늪으로 몰아넣었던 중동 전쟁이 종전 절차에 들어가면서 꽉 막혔던 글로벌 공급망에도 숨통이 트였다.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후 본격적인 협상이 개시되자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로 급락했다.

하지만 안도하기엔 이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말대로 눈앞의 '파고'는 낮아졌을지언정 수면 아래 '암초'가 사라진 건 아니어서다. 실제 국제유가가 70달러로 내렸다고 해도 지정학적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에 국제유가엔 20달러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앞으로도 문제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벌인 전쟁 비용과 리스크를 전세계 국가들이 나눠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청구서는 이미 날아들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에는 3000억달러(약 460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이 명시됐다. 미국은 전세계 기업들이 출자하는 돈으로 기금 재원을 마련하겠단 구상이다. 이미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나라의 기업들이 출자를 약속했단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동맹국들에 참전을 줄곧 요구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번엔 '종전 비용 청구서'를 내민 격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미국이나 이란 측으로부터 재건기금에 대한 참여 요청은 없었다고 설명한다. 기금 구성이나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추후 미국과 이란의 협상 과정을 더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이번 청구서를 대규모 전후 복구라는 비즈니스 기회로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서다. 전쟁으로 파괴된 중동의 전력망, 통신시설,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복구 작업이 본격화되면 건설, 전력기기, 정보통신 등 분야에서 특수가 기대된다. 우리 기업들에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따른다. 이란 재건기금에 참여할 기업들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이란에 대한 제재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향후 재건 사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단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어선 안 되는 이유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를 강화해 제재 면제 범위와 법적 보장 장치를 사전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외교부 내 '한-중동 포괄적 경제 협력팀'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재경부와 산업부 등 범정부 차원의 협력 대응이 시급하다. 나아가 민관 협력채널도 가동해 기업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치밀하고 전략적인 국가적 대응 방안을 짜야 할 것이다.

 /사진=박광범
/사진=박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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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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