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집값 '레드라인 넘어야' 잡는다(上)


"이분이 그분(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입니다. 이번에 부동산 대출 제한 조치를 만들어낸. 잘 하셨습니다."(2025년 7월4일 충청권 타운홀 미팅,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6·27 대책이 나온지 1년이 지났다. 이 대통령은 '1인당 주택대출 6억원 제한'이란 초강력 규제를 꺼낸 금융위를 공개 칭찬했다. 6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던 서울과 강남 집값이 잡히는 듯 했다. 하지만 '약발'은 몇 개월 지속되지 못했다. 강남3구 아파트값은 지난 1년간 수억 씩 뛰었고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더 불안하다.
'단기 처방용' 대출규제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 시장 차익금에 삼성전자 사내 대출까지 가세한다. 다음달 나오는 부동산 대책은 세제와 공급을 총망라해 '레드라인'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답습할 것인지, 기로에 섰다는 진단이다.
2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1건당 6억원으로 한도를 제한한 초유의 6.27 대책의 효과는 3개월, 길어야 6개월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한국부동산원)은 6.27 대책 발표 직전 0.40%까지 뛰었다가 대책 발표 이후 0.08%(9월8일)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들어 다시 상승폭을 키워 0.54%까지 벌어진다. 3개월만에 도루묵이 된 것이다.
정부는 추가로 10.15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고 집값에 따라 주담대 한도를 2억·4억·6억원으로 차등적용하는 대출 규제를 또 꺼낸다. 그 사이 9·7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 미치는 '타격감'은 '제로'였다. 여기에 더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선언하며 다주택자 매물 유도책도 내놨으나 결과적으로 집값 불안을 잠재우는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6.27 대책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KB부동산 기준) 14억1519만원에서 15억8284만원으로 11.8%(1억6765만원) 상승했다. 강남3구 가운데 강남구(32억4589만원→34억5310만원) 서초구(30억6673만원→33억2454만원) 송파구(21억5373만원→24억6426만원) 모두 6.3%, 8.4% 14.4% 오름세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도 같은 기간 6억5055만원에서 6억9655만원으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심리는 더 좋지 않다. 서울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국토연구원)는 지난달 135.6을 기록해 향후 상승 국면(115 이상 기준)을 점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지수는 지난 1월 138.2로 정점을 찍었다가 양도세 중과 방침이 예고된 3월 117.8로 떨어졌지만 효과는 5월 이후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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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다음달 종합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타이밍상 6·27 대책 이후 가장 중요한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세제, 대출규제 등을 총망라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에도 손쉬운 대출 규제를 전면에 세운다면 3개월 단기처방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본격적으로 주식 매각 대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이 시작될 수 있는 만큼 대출규제로는 역부족이란 진단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며 이미 세제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소방수 역할을 하는 대출규제로는 불안한 집값을 잡을 수 없다. 이번에는 레드라인을 뛰어 넘는 근본 처방이 담겨야 한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상급지로 불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대출규제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보유 현금이 부족한 2030 세대의 주택구입자금 조달 경로를 분석해 보면 부모 지원과 가족간 차입 비중이 지난 2년새 2배 넘게 확대되며 강남 아파트 구입의 '대세'로 굳어졌다. 주식 등 매각대금을 활용한 주택 매입도 3배 늘었다. 강력한 대출규제가 단기간 부동산 시장에 효과를 발휘하긴 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수저'와 ''흙수저'를 가르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주택자금조달계획서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강남3구에서 2030세대의 주택취득 자금 중 '증여와 가족차입' 비중이 2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와 가족차입 비중은 2년 전인 2024년 2분기만 해도 10.6%에 불과했다.
반면 전통적인 자금조달 방식인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21.7%에서 15.8%로 줄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 6·27 대책과 10·15 대책 등 강력한 대출규제가 시행되자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 대출한도는 단계적으로 6억원, 2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든 여파다. 더불어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한 가운데 전세낀 매매인 갭투자(임대보증금으로 조달)도 같은 기간 21.7%에서 13.5%로 줄었다.
수도권이나 서울 강북권 보유 아파트를 매도하고 상급지인 강남3구로 갈아타는 사례도 줄고 있다. 부동산 처분대금 등을 활용한 자금조달 비중이 2년 전 25.1%에서 올해 2분기 17.0%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강남구 평균 아파트값은 25억8539만원에서 34억5210만원으로 9억원 가까이 뛰었다. 강력한 대출규제가 집값 잡는데는 무기력했으나 2030세대의 주택 구매 방식을 확 바꿨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출을 막을수록 은행 돈에 의존해야 하는 실수요자는 진입이 어려워진 반면 부모 지원이나 가족 돈을 활용할 수 있는 자산가 자녀에게는 기회가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
부모 지원이 늘면서 자산 형성 기간이 짧은 30대가 주택 매수에 나서는 현상도 더 뚜렷해졌다. 2024년 2분기와 올해 2분기를 비교하면 40대 매수 비중은 33.6%에서 23.8%로 줄었지만 30대는 31.5%에서 39.6%로 늘었다. 서영수 SK증권 상무는 "강남3구의 주택 구매 자금 조달 구조를 분석해 보면 부의 세습이 주식이나 주택 등 자산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대출규제 등 기존의 정책 방식으로는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이나 사내대출 등 대출규제 밖에 있는 유동성은 향후 집값을 올리는 잠재 요인이다. 강남3구의 2030세대 자금조달원 중 주식·채권 매각 대금 비중은 11.1%로 2년 전 3.30% 대비 3배 늘었다. 코스피 9000시대를 맞아 증시 활황속에 주식 매각 대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사례처럼 사내 주택자금 대금도 주요 변수다. 삼성전자 노사는 주택 구입자금 최대 5억원을 연 1.5% 금리로 빌릴 수 있는 사내 대출 제도에 합의했는데 이로 인해 동탄·용인 수지 등의 집값이 불 붙기 시작했다. 박상혁 의원은 "정부의 금리 및 대출 정책의 지역별, 계층별 차등화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대출 한도 책정시 가족 간 차입 일부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하는 등 보다 면밀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