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보유세가 비싸다?…한국과 미국 4개주, 비교해보니

안재용 기자, 우건희 PD, 김윤희 PD, 신선용 디자이너
2026.06.25 18:08
[편집자주] 'Let美Inside'는 미국에 상주하는 기자가 발 빠르게 수집한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말해주는 경제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서울·경기권 15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내는 연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300만~7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같은 가격대인 100만 달러(약 15억 4780만 원)짜리 집을 보유하면 연 3000만 원 이상을 내는 주도 있다. 한국보다 10배가량 비싸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재산세를 없애자"는 정치 운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7월 세제개편을 통해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인들이 높은 보유세를 견디는 구조적 이유가 주목된다.

황종덕 머니투데이 북미지역 총괄 담당 기자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YouTube) 채널M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미국 4개 주의 재산세 구조와 한국 보유세 체계를 비교·분석하고, 한국 세제개편에 주는 시사점을 짚었다.

미국 재산세의 기본 구조는 한국과 세 가지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첫째, 누가 세율을 정하는가다. 한국의 재산세·종부세는 정부와 국회가 정한 전국 공통 세율표를 따른다. 반면 미국의 재산세는 연방세가 아니다. 50개 주가 각자 법을 만들고, 그 안에서도 카운티·시·교육구가 각자 세율을 매긴다. "미국 재산세는 몇 %다"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며, 같은 주 안의 동네마다 달라진다. 그래서 주별 비교에는 모든 공제와 평가 비율을 반영한 뒤 실제 납부액을 집값으로 나눈 실효세율을 사용한다.

둘째, 평가 방식이다. 한국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이 전수 재평가하며, 정부가 '현실화율'이라는 정책 변수로 과세표준을 조정할 수 있다. 미국은 카운티 평가공무원(Assessor)이 지역별로 평가하며, 재평가 주기와 평가 비율이 주 법률로 고정돼 있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캘리포니아다. 1978년 Prop 13(주민발의 13호·Proposition 13)으로 세율을 1%에 고정하고 과세표준 연간 상승 폭을 2% 이내로 제한했다. 30년 전 10만 달러에 산 집이 현재 200만 달러가 됐어도 30년 전 가격 기준으로 재산세를 낸다. 한국은 이런 법적 상한이 없어 정책 변경에 따라 과세표준이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이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셋째, 한국과의 위치 비교다. 한국 보유세 실효세율은 자산 구조에 따라 스펙트럼이 넓다.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일반 1주택자는 0.1~0.15% 수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낮은 하와이(0.29%)보다도 낮다. 반면 시가 15억~30억 원 이상 고가 1주택자는 0.2~1.0%, 규제지역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최대 1.5% 이상까지 올라 텍사스(1.40%)를 넘어 뉴저지(1.88%)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결정적 차이는 텍사스·뉴저지의 높은 세율 옆에는 부담 완화 장치가 함께 따라오지만, 한국의 1%대 다주택자 중과세율 옆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다만 미국의 장치들은 실거주자·고령자 보호가 목적이고, 한국의 다주택자 중과세는 투기 수요 억제와 자산 재분배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정책 설계의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오늘 비교 대상인 4개 주를 한눈에 보면, 하와이(실효세율 0.29%)는 관광 소비세가 재산세 역할을 대신해 세율이 낮고, 캘리포니아(0.70%)는 Prop 13으로 평가 상한을 뒀지만 매물 잠김 부작용이 생겼다. 텍사스(1.40%)는 세율이 높은 대신 대규모 실거주 공제와 고령자 동결 제도로 보완하며, 뉴저지(1.88%)는 미국 최고 수준의 세율이지만 강력한 현금 환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왜 미국엔 재산세 폐지 운동이 잘 일어나지 않는가"에 대한 첫 번째 답은 철학이다. 미국 재산세는 "내가 낸 돈 = 우리 동네 학교·도로·경찰·소방"이라는 사용자 부담 원칙에 가깝다. 재산세 고지서에는 카운티세, 시세, 교육구세, 소방세가 항목별로 따로 명시돼 내 세금의 행방이 눈에 보인다. 텍사스는 주 소득세가 0원으로 학교와 도로 운영 재원을 오직 재산세로 충당하기 때문에 세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와이는 관광객이 내는 소비세가 그 역할을 대신해 재산세가 낮다. 반면 한국의 종합부동산세는 자산 재분배와 투기 억제라는 정책 목적이 강하게 반영된 세금으로, 부동산교부세 형태로 전국에 재배분된다. 같은 '보유세 인상'이라도 미국인은 "우리 동네에 투자하는 돈"으로 느끼지만 한국에서는 "내가 낸 돈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부담"으로 느껴지기 쉬운 구조다.

두 번째 답이 핵심이다. 텍사스와 뉴저지처럼 세율이 높은 주에는 항상 부담을 줄여주는 '3+1가지' 안전장치가 함께 작동한다.

첫째는 실거주 공제(홈스테드 공제·Homestead Exemption)다. 텍사스는 재산세 본세를 계산할 때 과세표준에서 14만 달러를 통째로 공제하고 시작한다. 한국에도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12억 원 공제가 있지만, 종부세에만 적용되고 매년 내는 재산세 본세는 거의 그대로라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텍사스의 공제는 재산세 본세 자체를 줄여준다.

둘째는 소득 연동 보호다. "집값은 비싸졌지만 내 소득은 그대로인데, 그 차이는 누가 메워줄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뉴저지는 'Stay NJ' 프로그램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재산세의 50%(최대 6500달러)를 현금으로 직접 환급한다. 텍사스는 고령자의 과세표준을 그 시점 수준으로 동결(Tax Freeze)해 집값이 더 올라도 세금이 늘지 않게 막는다. 소득 대비 세금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초과분을 환급해주는 이른바 '서킷브레이커' 제도는 한국에 없다. 한국의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도 종부세에 한정되고 소득과 직접 연동되지 않아, 은퇴 후 소득은 줄었는데 집값만 올라 보유세가 늘어난 1주택 고령자가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셋째는 평가액 상승 상한이다. 캘리포니아의 Prop 13은 세율을 1%에 고정하고 과세표준 연간 상승 폭을 법으로 2% 이내로 제한한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 오래 산 집주인은 세금을 거의 안 내지만 이사하는 순간 세금이 시세 기준으로 재산정되기 때문에, 다운사이징을 꺼리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한국에도 비슷한 매물 잠김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2025년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용산)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지정된 직후 한 달간 이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약 92% 급감(2780건→234건)했지만 같은 기간 평균 매매가격은 오히려 약 29% 상승했다. 캘리포니아는 Prop 13 덕분에 옆집 신고가가 기존 거주자 세금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한국은 평가 상한이 없어 거래를 하지 않고 수십 년째 같은 집에 사는 1주택자도 동네의 신고가 몇 건이 반영된 공시가격에 따라 종부세·재산세가 함께 오른다. KDI(한국개발연구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량은 줄어도 가격은 오르는" 현상을 일반적인 패턴으로 지적한다.

보너스 안전장치는 소득세 공제다. 미국은 모기지 이자(최대 75만 달러)와 재산세 납부액(주·지방세 공제, 최대 1만 달러)을 연방 소득세에서 공제한다. 보유세를 많이 낼수록 소득세를 깎아주는 구조다. 한국의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 공제는 기준시가 6억 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돼 서울 주요 아파트가 10억~15억 원을 넘긴 지금, 정작 부담이 큰 사람들은 이 공제를 거의 받지 못한다.

세 번째 답은 반전이다. 위의 '3+1가지' 장치로도 부담이 줄지 않을 때 미국에는 최후의 안전장치가 있다. 바로 다른 주로 이사 가는 것이다. 2026년 현재 미국인의 58%는 이주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가 직장이 아닌 주거비라고 답한다.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처럼 세율이 높은 주에서는 매년 수십만 명이 빠져나가 텍사스나 사우스캐롤라이나 같이 세율이 낮은 주로 옮겨간다. 캘리포니아에서 16억 원짜리 낡은 집을 팔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6억 5000만 원짜리 새집을 현금으로 사면 통장에 9억원이 남는 이른바 '자산 차익 이전' 전략도 현실에서 이뤄진다. 한국은 재산세·종부세 모두 전국 단일 세율 체계이고 직장·학군·지역 연고도 강해 세금이 싼 지역으로 이주한다는 선택지가 사실상 없다.

이주라는 선택지는 집을 소유한 사람의 것이다. 임차인은 다르다. 뉴저지처럼 보유세 부담이 큰 지역에서는 집주인이 그 부담의 일부를 임대료에 반영하려는 유인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보유세 인상 시 우려되는 '전세의 월세화·월세 상승' 논의와 맞닿는 지점이다. 뉴저지가 'Stay NJ' 같은 강력한 환급 제도를 만든 것도, 보유세 부담이 임차인과 고령 자가 소유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의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집을 사는 진입 단계의 비교도 주목할 만하다. 수치로 보면 한국의 진입 장벽이 훨씬 높아 보이지만 체감 난이도는 다르다. 서울 주택가격소득비율(PIR)은 약 26~28배로 미국 전국 평균(4~5배), 뉴욕·LA(8~10배)를 크게 웃돈다. 그러나 미국은 집값의 20%를 계약금으로 내고 30년 고정금리 모기지를 받는 구조가 보편화돼 있어 목돈 없이도 매달 일정 금액만 내면 집을 살 수 있다. 한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진입 자체에 큰 현금이 필요하다. 미국은 "들어가긴 쉽지만 원금·이자·재산세·보험(PITI)이라는 비용이 평생 따라오는" 구조이고, 한국은 "들어가긴 어렵지만 보유 부담은 가벼웠던" 구조다. 7월 개편으로 한국의 보유 부담이 커진다면 이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주목된다.

거래세 구조도 대조적이다. 취득세는 한국이 1~3%(다주택자·법인 최대 12% 중과)이고 텍사스 기준 미국은 주택 수와 무관하게 0~2% 수준이다. 양도소득세는 한국이 기본 6~45%에 단기보유(1년 미만) 최대 70%, 다주택 규제지역 최대 65~75%인 반면, 미국은 1년 이상 보유 시 0·15·20% 우대세율이 적용되고 다주택 중과는 없다. 1주택 비과세는 한국이 양도가액 12억 원 이하(2년 이상 보유)이고, 미국은 양도차익 부부 합산 50만 달러까지(5년 중 2년 거주) 비과세다. 미국(텍사스형)은 "사고파는 건 자유롭게, 대신 보유 기간 동안 동네에 기여하라"는 철학이고, 한국은 "사고팔 때 무겁게 매길 테니 한 채만 오래 갖고 있어라"는 구조다. 보유세만 텍사스식으로 올리고 거래세는 그대로 둔다면 "사기도 어렵고, 갖고 있기도 힘들고, 팔기도 힘든" 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다.

황 기자는 한국과 미국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미국도 평가 비율의 불투명성, 매물 잠김, 임대료 전가 같은 부작용을 안고 있고, 한국에는 한국 나름의 정책 맥락이 있다. 다만 사람들은 세금이 높다는 사실 자체보다 "왜 오르는지,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고 강조했다. 세금은 결국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다가올 세제개편이 납세자에게 '얼마를 낼지'만큼이나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설계를 담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 '채널M'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채널M은 미국에 상주하는 기자가 발 빠르게 수집한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말해주는 경제 비하인드 스토리를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진짜' 경제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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