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덮친 쌍둥이 강진, 39초 간격 연타… "최대 10만명 사망"

정혜인 기자
2026.06.26 04:04

베네수, 126년만에 최악 강진
7.2·7.5 지진, 최소 32명 사망
'비상' 선포… 美, 구조팀 급파
인접국서도 진동, 쓰나미 경보
日아오모리현은 6.9 규모 발생

24일(현지시간) 강진이 발생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를 구조해 옮기고 있다카라./카스(베네수엘라)AP=뉴시스

베네수엘라에서 24일(현지시간) 규모 7.2와 7.5 강진이 연이어 일어나 최소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상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은 강진과 20여 차례의 여진발생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현지시간으로 오후 6시4~5분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서쪽 인근에서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첫 번째 지진의 규모는 7.2로 6시4분 북부 카리브해 연안마을 모론의 서부지역에서 발생했다. 이어 약 39초 뒤에는 첫 번째 진앙에서 남서쪽으로 약 4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이어졌다. 첫 번째 지진의 깊이는 13㎞, 두 번째는 10㎞로 관측됐다. 진앙은 카라카스에서 서쪽으로 약 160㎞ 떨어진 지점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이만한 강진이 발생한 것은 1900년 10월29일 규모 7.7 지진 이후 126년 만이다. 당시 기록된 사망자는 21명이다.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25일 새벽 국영 베네수엘라TV를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현재까지 32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공립병원 및 민간 의료센터 응급실에 입원한 피해자는 700명을 넘어섰다. 건물 수십 채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어 이 수치에는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라과이라주의 수치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종자 수색 및 구조과정에서 인명피해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USGS는 지진발생 직후 사망자 수가 최소 1만명에서 최대 1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USGS 예측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사망자가 1만~10만명일 확률은 40%, 10만명 이상일 가능성은 14%다. USGS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규모도 베네수엘라 GDP(국내총생산)의 1~5% 수준으로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정 기준 2025년 베네수엘라의 GDP는 약 827억달러(약 127조5100억원)다.

◇공휴일 즐기던 중 날벼락…"225명 사망한 1967년 지진보다 심해"

로이터통신은 "지진발생 당시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카라보보 전투 승리의 날' 휴일을 맞아 대부분 집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이날은 1821년 6월24일 베네수엘라가 스페인제국으로부터 사실상 완전히 독립하게 된 결정적인 군사적 승리를 기념하는 날로 공휴일이다.

카라카스 서부에 거주하는 아스트리드 라미레스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지진이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모두 계단으로 뛰어내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지진으로 카라카스에서는 건물붕괴, 정전 등의 피해가 이어졌다.

SNS(소셜미디어)에선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에 균열이 생긴 사진과 영상이 다수 공유됐다. 또 사진과 영상에는 사람들이 진동에 놀라 건물 밖으로 서둘러 대피하고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기어오르며 수색에 나선 모습이 담겼다. 카라카스 남부 거주자인 마리아 로메로는 "이번 지진은 정말 끔찍했다. 1967년 지진보다 훨씬 심했다"고 말했다. 1967년 7월29일 카라카스 북서쪽 20~40㎞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6.6의 지진으로 225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날 지진으로 인해 인접국 콜롬비아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고 푸에르토리코를 비롯한 미국령 및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선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미국 구조팀 파견…각국 인도적 지원 약속

베네수엘라의 지진 소식에 세계 여러 나라는 구조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새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무력으로 축출한 뒤 석유개발 및 수출을 통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즉각 지원의사를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X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색 및 구조팀, 의료지원, 인도적 지원을 베네수엘라에 즉각 배치할 예정"이라고 했고 제레미 르윈 대외원조 차관은 베네수엘라 지원을 위한 재난지원팀 및 TF(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X에 "참혹한 지진으로 피해를 본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다"며 긴급 구호물품 제공 등의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브라질, 칠레, 볼리비아 등 중남미국가들도 연대의사를 밝히며 지원에 나섰다.

◇일본에서도 강한 지진

베네수엘라에서 강진이 발생한 후 일본 혼슈 북부 아오모리현에서도 25일 오전 7시30분쯤 규모 6.9의 지진이 일어났다. 진원지는 이와테현 앞바다, 지진의 깊이는 50㎞로 추정됐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진도 6강(두 번째로 높은 단계)의 흔들림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다만 쓰나미 경보는 발령되지 않았고 사망자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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