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유럽 국가 연쇄 순방에 나선다. 무역 불균형 문제로 중국과 유럽연합(EU)이 대립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왕 부장은 이번 순방을 통해 북유럽 국가들의 입장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 등은 EU내에서도 대중 외교 기조가 강경한 국가들로 분류된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 부장은 오는 3일부터 북유럽 순방길에 오른다.
먼저 덴마크를 방문해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프레데릭 10세 국왕을 예방한다. 이어 스웨덴에서는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와 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르드 외무장관을 만나며 핀란드에서는 알렉산데르 스투브 대통령과 엘리나 발토넨 외무장관을 만난다.순방 마지막 일정인 8일엔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해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외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은 중국과 EU 무역갈등 고조와 맞물려 진행된다.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의 핵심 통상 협상에서 양측은 무역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장관급 협의 플랫폼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10월까지 의미 있는 진전이 없으면 EU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일종의 데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중국과 EU의 협상은 열흘 전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3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정책을 본격 논의한 직후 열렸다. 당시 다수 회원국은 유럽이 현재 '차이나 쇼크'를 겪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이 낮은 가격으로 유럽 제조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EU의 대중 무역적자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무역적자는 2025년 기록했던 하루 약 10억 유로(약 1조7600억원)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왕 부장이 북유럽 순방 기간엔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를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정상회의도 열린다.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관계를 안보상 우려하는 만큼 그의 순방은 무역은 물론 안보상으로도 민감한 시점에 진행되는 셈이다.
이번 왕 부장의 순방 대상국은 무역과 안보 측면에서 EU 내에서도 대중 외교 기조가 강경한 국가로 분류된다. 특히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을 심각하게 보고있다. 엘리나 발토넨 핀란드 외무장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EU와 중국 FTA의 장애물"이란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스웨덴의 경우 홍콩 출신 스웨덴 국적의 출판업자인 구이민하이가 중국에서 체포·수감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스웨덴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와 ZTE를 5G 통신망에서 배제한 데 이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심사도 강화했다. 중국은 이를 자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로 규정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와 북극, 해저케이블, 공급망 등 안보 이슈를 중시하면서 첨단기술과 핵심 인프라 분야에서도 중국에 대한 경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SCMP는 중국이 왕 부장의 이번 순방을 통해 이들 북유럽 국가들이 EU의 새로운 대중 강경 노선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지하는지를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CMP는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최근 유럽 산업을 보호하려면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단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단게 외교 소식통들의 반응이라고 전했다.
사리 아르호 하브렌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순방은 사실상 대서양 동맹이 약화됐는지 시험하는 과정"이라며 "그러나 북유럽 국가들에게 러시아는 여전히 가장 근본적이고 실존적인 안보 위협"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