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젊은 세대 남녀의 정치 성향은 뚜렷이 갈라지고 있다. 20대 남성의 보수화가 강화됐고, 여성의 진보 성향도 짙어졌다.
지난 2024년 미국 대선에서 18~29세(20대) 남성의 49%는 트럼프를 지지한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은 37%만 트럼프를 지지했다. 여성 59%는 민주당 해리스 후보를 선택했다. 미 방송 NBC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18~29세 남성 47%, 여성 26%로 격차가 21%포인트(P)에 달했다.
조사 결과 20대 여성들은 낙태, 총기 규제, 마리화나 합법화, 미국-이란 전쟁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이슈에서 진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NBC는 "성별 지지율 격차의 주요 원인은 Z세대(1997~2011년생) 여성"이라며 "이들은 미국 모든 세대와 비교해 진보 성향과 민주당 지지 경향이 가장 강하다"고 분석했다.
유럽도 비슷한 흐름이다. 2024년 7월 영국 총선에서 18~24세 여성의 23%가 좌파 성향 녹색당에 투표했다. 같은 세대 남성의 12%가 극우 정당 리폼 UK에 투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 여성들의 진보 성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독일 연방 선거에서 극우 정당 AfD는 18~24세 남성의 25.2%, 25~34세 남성의 25.6%로부터 표를 얻었다. 반면 디링케(좌파당)는 같은 연령대 여성층에서 18~24세 여성의 37.1%, 25~34세 여성의 21.2%를 확보했다. 좌파당은 선거 한 달 전까지 의석 확보에 필요한 5% 지지율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포르투갈 총선에서는 18~24세 남성 31%가 극우 정당 체가(Chega)에 투표한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의 33%는 중도좌파 사회당, 좌파·녹색당 리브르(Livre), 좌파 성향 블록(Left Bloc)에 지지를 보냈다.
외신들은 젊은 여성들이 소외감을 느끼면서 주류 정당을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영국 보수 싱크탱크 온워드 조사에서 젊은 여성은 남성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고 스트레스를 더 자주 느꼈다. 젊은 남성(16~25세)의 46%가 "영국 사회는 남녀를 동등하게 대한다"고 답한 반면, 여성의 64%는 "여성을 더 나쁘게 대한다"고 응답했다. 16~20세 여성에서는 같은 답변이 77%까지 올라간다.
영국 여론조사 업체 멀린의 스칼렛 맥과이어 대표는 "여성들이 기성세대나 또래 남성들과 공통점이 점점 줄어든다고 느끼게 되면서 급진화하는 결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Z세대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겪으면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정치 의제 설정 등 확증편향이 강해졌단 지적도 있다. 존번 머독 파이낸셜 타임스 수석 데이터기자는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으로 젊은 남녀가 점점 더 분리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게 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