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엔 냉랭, 튀르키예엔 박수·미소…트럼프 태도에 나토 '희비교차'

양성희 기자, 정혜인 기자
2026.07.08 16:02

(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에티메스구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영접을 받는 모습./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의지와 유럽 동맹국에 대한 실망감을 재차 드러내며 유럽 국가들을 직격했다. 한편으로 튀르키예를 훌륭한 동맹국으로 치켜세웠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나토와 국제사회에선 튀르키예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린란드 야욕 다시 수면 위로…"덴마크 아닌 미국 통제 아래 있어야"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나 각종 현안을 언급하면서 유럽 국가들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우선 그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차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 중 기자들에게 "그린란드는 덴마크가 아니라 미국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란드 통제권 문제로 미국과 나토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덴마크의 주권을 존중해야 하며 그린란드는 매매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연설을 통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려는 계획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 또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국가 사이 갈등은 이란전쟁 발발로 수개월간 수면 아래 있었다. 그런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병합 의지를 드러내면서 갈등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담에 앞서 튀르키예 앙카라 에티메스구트 공군기지에서 회담 중인 모습./사진=로이터
나토 동맹국 재차 비판…"이란전쟁 도움 못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나토 동맹국에 대한 실망감도 재차 표했다. 그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을 겨냥해 "나토에 매우 실망했다"며 "(동맹국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도 않지만 받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나토에 수조달러를 투자했는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을 이어오며 여러 차례 나토 동맹국을 비판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했으나 거부 당하자 비판 수위를 높였다. 더 나아가 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고 유럽 주둔 미군에 대한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CNN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봄 유럽 주둔 미군 병력을 3분의1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나토 회원국들은 각각 늘린 국방예산으로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등 트럼프 환심 사기에 나설 수 있다고 해외 매체들이 전망했다.

트럼프 "훌륭한 동맹국" 튀르키예 재평가…네타냐후 '불편'

트럼프 대통령이 튀르키예를 "훌륭한 동맹국"으로 평가한 것도 눈에 띈다. 그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 "솔직히 이번 정상회담이 내 친구이자 강력한 지도자가 있는 튀르키예에서 열리지 않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보자마자 박수를 치고 미소를 지었다고 전했다.

(앙카라(튀르키예)=뉴스1) 이재명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튀르키예 대통령 내외 주최 공식 환영만찬에서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앙카라(튀르키예)=뉴스1) 이재명 기자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해제할 때가 됐다"며 튀르키예에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 판매를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튀르키예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9년 러시아의 S-400 방공 시스템을 도입해 미국의 F-35 전투기 구매 자격이 있는 동맹국 목록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튀르키예는 미국을 증오하는 무슬림형제단에 감염된 정권"이라며 "미국의 모범적인 동맹국이라 할 수 없고 필요할 때만 미국 대통령에 미소를 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이스라엘보다 더 위대한 미국의 동맹국은 없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무대와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 튀르키예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튀르키예는 미국이 요청한 국가들의 나토 가입을 지연시키고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등 골칫거리로 여겨졌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전쟁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등을 계기로 역내 중요국가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또한 NYT는 튀르키예가 다른 유럽 회원국들이 부러워할 만한 군사력과 방위력 등을 갖췄다고 봤다. 미국이 유럽 주둔 미군에 대한 감축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나토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군대를 보유한 튀르키예가 재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