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숨고르기 vs 추세 하락의 시작…어닝시즌이 답한다[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7.08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올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AI(인공지능) 투자 열풍을 주도해온 반도체주가 이제는 급격한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 올들어 추이/그래픽=윤선정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지난 6월22일(현지시간)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뒤 다음날부터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고점을 낮춰오고 있다. 중요한 점은 반도체 기업의 실적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아니란 점이다.

반도체주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 6월24일 장 마감 후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고 다음날 주가가 15.7% 급등하며 사상 최고 종가로 마감했다. 하지만 그 이후 힘이 빠지며 지난 7일 종가는 전 고점 대비 22.7% 급락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에 대한 반응은 더욱 부정적이었다. 삼성전자는 7일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2배 이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지만 주가는 오히려 7% 급락했다.

이 여파로 SOX는 7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4.7% 하락하며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 SOX의 이날 종가는 지난 6월22일 전 고점 대비 15.9% 하락한 것이다. SOX는 올 2분기에 거의 90% 급등하며 사상 최고의 분기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뚜렷한 악재도 없는 상황에서 단기 급등 부담과 차익 매물에 눌려 가파른 조정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글렌미드의 투자 전략 담당 부사장인 마이크 레이놀즈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반도체주가 급등한 뒤 부여받고 있는 현재의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재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이 '실적이 얼마나 좋은가'에서 '이 정도로 좋은 성장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 피로감 vs AI 버블 경고

배런스는 다음주부터 미국의 2분기 어닝 시즌이 개막하는 가운데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단순히 가파르게 달려온 반도체주에 피로감이 쌓였다는 신호인지, 아니면 현재 가장 뜨거운 투자 테마인 AI 거래에 대한 버블 경고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삭소뱅크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차루 차나나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메모리 호황의 "중대한 전환점"을 형성하고 있다며 "강력한 실적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시장은 이제 AI 수혜주에 강한 실적과 강한 가이던스, 가격 결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논쟁의 초점은 경기 사이클이 강한지 여부가 아니다. 사이클은 분명 강하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현재 사이클이 가장 위험한 단계, 즉 오늘의 공급 부족이 내일의 공급 과잉 리스크로 바뀌는 시점에 근접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AI 투자에 커지는 회의론

글렌미드의 레이놀즈는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회의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채택 곡선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낙관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반도체 수요를 좌우하는 컴퓨팅 인프라 투자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올 2분기 실적 발표 때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 가이던스는 반도체를 비롯해 AI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의 주가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자본지출이 둔화될 조짐을 보인다면 AI 수혜주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조정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술기업들의 실적 자체도 중요하다. 야데니 리서치의 설립자인 에드 야데니는 "앞으로 가장 큰 리스크는 기술기업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치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분기 어닝 시즌, 높은 성장 기대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올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5년 가운데 어닝 시즌 시작 시점에 가장 높은 순이익 성장률 전망치다. 앞서 올 1분기 S&P500 기업들의 순이익 성장률은 27%에 달했는데 이는 어닝 시즌 초기 전망치를 15%포인트 웃돈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주식 담당 수석 전략가인 벤 스나이더는 AI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S&P500 기업들의 올 2분기 순이익 성장률 22% 가운데 거의 3분의 2를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레바시 펀드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자히르 안와리는 "투자자들은 현재 상황이 강한 상승 추세 가운데 일시적인 조정인지, 좀더 지속적인 하락의 시작인지 알고 싶어한다"며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올 2분기 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로선 추세 반전의 시작이라기보다 기존의 강세 구조 안에서 이뤄지는 조정과 횡보로 판단된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기술주 약세가 단기적인 휴지기로 끝날지, 좀더 광범위한 조정으로 발전할지 여부인데 지금까지는 단기적인 숨고르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 일정은 다음과 같다. △오는 15일 개장 전에 ASML △16일 개장 전에 TSMC △22일 장 마감 후에 테슬라와 알파벳, IBM △23일 장 마감 후에 인텔 △29일 장 마감 후에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플랫폼스, 퀄컴 △30일 장 마감 후에 애플과 아마존 △8월4일 장 마감 후에 AMD 등이다.

워시 취임 후 첫 FOMC 의사록 발표

한편, 8일 오후 1시(한국시간 9일 오전 2시)엔 10년물 국채 입찰이 진행된다.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파악할 수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오후 2시엔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이 공개된다. 의사록은 FOMC 회의록을 요약한 것으로 그간 투자자들에게 FOMC 내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연준 위원 다수의 의견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취임한 이후 금리 방향을 선제적으로 안내하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없애고 있는 만큼 FOMC 의사록 내용도 이전보다 통화정책 방향을 파악하기 어렵도록 모호하게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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