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 석유기업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이 아시아 최대 항공유 서비스 기업인 중국항공유그룹(CNAF)과의 합병을 완료했다. 항공유 생산부터 저장·공급, 판매까지 공급망을 일원화해 '중국판 쉘'을 육성하는 한편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구조개편으로 평가된다.
13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시노펙은 최근 CNAF와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CNAF가 시노펙의 100% 자회사가 됐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은 지난해 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의 승인을 거쳐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추진한 전략적 구조조정이다. 지난 6월 국내외 규제당국의 승인을 모두 받은 데 이어 7월 9일 법인 변경 등기를 완료하면서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시노펙은 "이번 합병은 중앙 국유기업의 전략적·전문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중요한 조치"라며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고 항공산업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항공연료의 친환경·저탄소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유 수요 증가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석유 메이저와 경쟁할 수 있는 통합 항공연료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 시노펙의 구상이다. 현재 세계 항공유 시장은 쉘, BP, 엑슨모빌, 토탈에너지스처럼 정유와 항공유 공급을 함께 하는 통합 에너지 기업이 주도한다. 반면 지금까지 중국은 항공유 생산은 시노펙, 급유는 CNAF로 나뉘어 있어 효율성과 가격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뒤쳐졌단 분석이 나왔다. 합병을 발판으로 정제, 항공유 생산, 저장, 운송, 급유까지 한 회사가 담당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단 목표다.
휘발유와 경유 수요는 둔화되는 한편 항공유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등 중국 정유산업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단 지도층의 판단도 이번 합병의 근거가 됐다. 시노펙은 중국 최대 석유제품, 석유화학 제품 공급업체다. 하지만 중국 내 휘발유·경유 수요가 둔화되고 석유제품 소비가 정점을 찍으면서 실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롄허즈신에 따르면 시노펙의 지난해 매출은 2조81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고, 순이익은 650억8300만 위안으로 35.6% 줄었다. 반면 항공유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시노펙은 SAF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시노펙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SAF 생산능력을 확보한 기업이며 CNAF은 SAF 실증사업과 보급 확대를 주도해 왔다. 합병 이후에는 연구개발 역량과 전국 공급망을 결합해 SAF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전 세계 SAF 소비량은 2025년 600만톤에서 2030년 1800만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시노펙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각국이 2050년 항공 탄소배출 감축 목표와 SAF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항공연료 산업은 친환경 전환이라는 도전과 함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의 성패는 CNAF의 경영 자율성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그리고 항공유 급유 시스템이 외부 기업에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방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