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키운 '통제불능' 산불...프랑스·스페인 30만명 '피난길' [영상]

윤세미 기자, 심재현 특파원
2026.07.26 14:41
프랑스 남부 코티냑에서 대형 산불이 주택가를 향해 번지고 있다./사진=X

유럽 남부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과 건조한 날씨로 프랑스와 스페인 전역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며 25일(현지시간) 30만명 넘는 주민과 관광객이 긴급 대피했다. 스페인에선 첫 산불 사망자가 발생했다.

로이터와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와 랑드주 일대, 스페인 마드리드 외곽 및 아빌라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통제 불능 상태로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와인 명산지인 보르도 외곽과 주요 휴양지인 카프 페레 반도 일대까지 화마가 밀어닥치면서 최소 22만명이 집과 숙소를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보르도 전시장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로 몸을 피한 프레데리크 타비티앙(70)은 "당장 대피하란 말을 들었다"면서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처럼 거대한 연기 기둥을 봤다"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레제 카프 페레 인근 산불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X를 통해 "전국에서 약 30건의 산불이 동시에 발생해 거의 10만ha(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이 불에 탔다"면서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불길이 해안가까지 번지면서 일부 피서객과 주민들은 소형 선박과 보트를 이용해 바다로 긴급 탈출했다. 프랑스 정부는 군 병력 1500명과 대형 수송기(A400M)를 투입해 소화제를 살포하는 등 총력 진화에 나섰다.

현재 진행중인 투르드프랑스 사이클 대회도 산불 때문에 최종 코스를 조정하기로 했다. 당초 133㎞였던 마지막 코스는 89㎞로 단축되고, 선수들은 샹젤리제 대로를 두 바퀴 더 돈 후 몽마르트르로 이동해 결승선을 통과하게 된다.

프랑스 소방대원들이 산불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X

스페인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수도 마드리드 서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2건이 전날 오후 강풍을 타고 하나로 합쳐지면서 마드리드 외곽과 중앙 지역에서 7만명 이상이 대피했다. 연기가 마드리드 도심까지 뒤덮자 당국은 외출 자제와 마스크 착용 권고를 내렸다.

스페인 정부는 산불 사태로는 사상 처음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발렌시아 인근 마니세스 지역에서는 1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가디언은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스페인에서 소실된 면적이 2만5000㏊에 달한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즉각 재난 대응 공조 체계를 가동했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체코, 슬로바키아 등 주변국들이 소방 비행기와 헬기, 인력을 현지에 긴급 파견해 진화를 돕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산불은 마른 장작더미처럼 극도로 건조한 환경에서 빠르게 번진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연속적인 폭염과 토양 건조가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 기후 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이달 프랑스 산불 피해 지역의 이달 평균 최고 기온은 32.2도에 달했다. 1961~1990년 7월 평균 최고 기온보다 7.3도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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